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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피셜의 시대, 문학인의 과제
최창일 시인·<시원의 입술>저자
작성 : 2026년 11월 03일(화) 16:19 가+가-
현대 사회는 정보의 과잉 속에서 오히려 진실의 실종을 경험하고 있다. 누구나 손쉽게 전 세계를 향해 발언할 수 있는 미디어 환경이 열리면서, 검증되지 않은 개인의 상상과 편향이 ‘사실’의 외피를 두르고 대중의 인식을 흔들고 있다. 소위 ‘근거 없는 생각’(객관적 근거가 없는 개인의 주관적 생각)이 유튜브라는 거대한 확성기를 만나 사회의 공적 정보 기능을 심각하게 교란하고 있다. 과거 동네 미장원이나 사랑방에서 오가던 가벼운 이야기나 가십 수준의 추측이, 이제는 정교한 알고리즘을 타고 여론을 뒤흔들고 나아가 정권의 명운까지 위협하는 파괴력을 갖추게 되었다. 근거 없는 생각의 범람이 초래한 정보 난맥상은 이제 우리 사회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민주주의의 위기 중 하나다.
과거 정보의 유통은 엄격한 게이트키핑(Gatekeeping) 과정을 거쳤다. 언론사와 전문가 집단은 사실관계를 검증하고 교차 확인하는 장치를 통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최소한의 보루 임무를 수행했다. 물론 과거에도 근거 없는 소문은 존재했다. 동네 미장원 의자에 앉아 나누던 이웃의 사생활이나 정가 소식은 그저 웃어넘길 수 있는 가십에 불과했고, 그 영향력은 지극히 국지적이었다.
오늘날의 유튜브 생태계는 이러한 경계선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알고리즘은 객관적 진실보다 사용자의 입맛에 맞는 자극적이고 편향된 콘텐츠를 더 넓게 유통한다. ‘카더라’ 통신은 이제 세련된 자막과 전문가를 흉내 낸 연출을 더 해 공신력 있는 뉴스처럼 포장된다. 대중은 자신의 정치적 성향이나 세계관과 일치하는 주장을 접할 때 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기보다 비판 없이 수용하며, 이러한 현상은 정보의 질을 급격히 떨어뜨리는 주원인으로 작용한다.
뇌피셜이 위험한 본질적인 이유는 그것이 타자와의 소통을 차단하고 극단적인 확증편향을 강화하기 때문이다.
알고리즘에 의해 필터 거품(Filter Bubble)에 갇힌 시청자들은 자신과 다른 의견은 음모론이나 기득권의 거짓말이 치부하고, 오직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근거 없는 생각만을 진실로 맹신한다.
이러한 현상은 건강한 공론장을 황폐화한다. 민주주의는 이성과 합리적 토론, 그리고 사실에 기반을 둔 타협을 전제로 작동한다. 그러나 사실이 감정과 진영 논리에 의해 해체되는 순간, 토론은 불가능해지고 서로를 향한 혐오와 불신만 남게 된다. 사회적 합의해야 할 공적 공간이 근거 없는 추측과 음모론의 각축장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무책임한 뇌피셜이 국가적 의사결정과 정치 지형 전체를 뒤흔들 만큼 거대한 파급력을 지닌다는 점이다. 확인되지 않은 가짜뉴스와 주관적 음모론은 순식간에 수백만 명의 스마트폰으로 파고들어 대중의 분노를 조직한다.
정치적 이해관계와 맞물린 근거 없는 생각은 특정 정책의 정당성을 훼손하고, 사회적 신뢰 자산을 고갈시키며, 급기야 정권의 안정성까지 위협하는 누수 현상을 초래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이 너무나 크다는 데 있다. 진실을 규명하고 오해를 바로잡는 데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되는 동안, 민생과 직결된 진짜 현안들은 뒤로 밀려나기 일쑤다.
근거 없는 생각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미디어 소비자와 생산자, 그리고 플랫폼 모두의 각성이 필요하다.
먼저 미디어 이용자인 대중은 내가 소비하는 정보가 과연 객관적 근거에 기반을 둔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감정적 배설이나 주관적 추측에 불과한지 늘 의심하는 비판적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를 길러야 한다.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 기업들은 수익 창출만을 목적으로 자극적이고 허위 조작된 콘텐츠를 내버려 두는 알고리즘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 언론 역시 기계적인 중립을 넘어 엄정한 진실검증을 통해 사회의 신뢰를 회복하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
동네 미장원의 가십이 세상을 뒤흔드는 무기가 되는 시대를 이대로 내버려 둔다면, 우리 사회는 진실이 설 자리를 잃고 끝없는 혼란에 휩싸이게 된다. 근거 없는 생각의 위험성을 직시하고 공적 정보의 신뢰성을 되찾는 일은, 지금 우리 사회가 미룰 수 없는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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