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여야 5당의 초당적 기구인 ‘일본 수출규제 대책 민관정 협의회’가 지난달 31일 공식 출범했다.
협의회는 이날 오전 10시 국회 귀빈식당에서 여야 5당, 정부, 재계, 노동계가 모여 첫회의를 열고 기구 운영방안과 향후 대응전략을 논의했다.
여야 5당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 자유한국당 정진석 일본 수출규제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 바른미래당 채이배 정책위의장, 민주평화당 윤영일 정책위의장, 정의당 박원석 정책위의장이 참석했다.
정부에서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세영 외교부 1차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청와대에서는 김상조 정책실장이 자리했다.
민간에서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김영주 한국무역협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 경제단체장들이 함께했다. 참석 예정이었던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등은 불참했다.
협의회 첫 회의에서는 민관정 모두 일본의 수출규제조치를 강력 비판하는 한편 우리 소재 부품 산업의 경쟁력 강화 필요성을 한목소리로 말했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모두발언에서 “민관정 협의회 설치 목적은 범국가적 차원에서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반영해 국내 기업과 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여야 당파를 초월해서 거국적으로 일본의 경제침략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정책위의장은 “또 우리 소재 부품 산업의 대외의존도를 완화하고 근본적인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도 함께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진석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일본은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절차를 당장 멈춰야한다. 또 우리 정부는 실효성있는 대안을 마련해 당장 협상을 나서야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한 차례도 아베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적이 없다.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정책위의장은 “한일 갈등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된다. 정치적 이용이 국론을 분열시키고 협상을 담당해야하는 정부가 감정적으로 대응나서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성적인 대응과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영일 평화당 정책위의장도 “일본의 부당한 조치에는 우리도 단호한 대응조치가 필요하지만 감정의 악순환이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며 “정치권도 친일, 반일 프레임에 갇혀서는 안된다”고 했다.
박원석 정의당 정책위의장은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기업 피해가 최소화하고 핵심소재 부품 장비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법적,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면서 “특히 반도체 소재 산업 경쟁력을 위해 화평법과 화관법 완화, 52시간 노동시간 특례화, 산업안전법 개정, 법인세 상속세 인하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정부가 원칙없이 수용할 태세를 보이는 것은 유감이다”라고 지적했다.
재계 대표로 발언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일본에서 외교적 사안을 경제적 수단으로 대처하는 것이 우려스럽다”며 “어떤 형태든 수출과 무역 모두 기업간 거래다. 기업간 거래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가급적 최소화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우리 산업 전반의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이번 사태의 대응책을 만들어가야 한다”면서 정치권에 각종 제도 및 규제 개선, 연구개발(R&D) 지원 등 입법 지원과 열린 자세로 기초기술 확보에 나서줄 것을 건의했다.
정부를 대표해 나온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일본 스스로 국제적 신뢰를 손상시키고 한일 간 호혜적 협력 관계를 훼손하며 나아가 글로벌 밸류체인 구조에 약화를 가져올 것은 명약관화하다”면서 “일본이 수출규제 조치를 철회하고 합리적 결정 취해주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우리의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마련하고 집행해나가겠다”며 “이를 위해 첫째 우리의 현실적 잠재적 능력을 현장에서 파악하려는 노력을 하고 둘째 기업인들의 애로사항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며 셋째 우리의 소재부품장비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열린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중장기 대책을 마련해 집행토록 하겠다”고 전했다.
민관정이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철저한 대응을 한목소리로 다짐하는 가운데 여야 5당에서는 참여 범위를 놓고 이견도 표출됐다.
정진석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일본 재계에 폭넓은 네트워크 보유하고 있는 게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라며 민관정협의회에 전경련 참여를 주장했다.
그는 “전경련은 1984년부터 일본의 최대 경제 단체인 경단련과 공동으로 한일재계회의를 개최해오고 금융기관 등 매년 40여명 이상이 참여해 한일 간에 활발한 토론을 이어왔다. 전경련을 배제한 채 한일 간 대안을 마련하는 것은 분명한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지금은 정계의 호불호를 넘어 가장 실효적 대안을 마련해야 할 때다. 전경련을 이 회의에 참여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정책위의장은 “당초 바른미래당이 구상했던 민관정 협의회는 외교계 중진과 대일 외교 전문가들 함께 해서 일본 정부와 직접 대화하고 실질적 해법을 모색할 수 있는 기구였다”며 외교전문가들의 참여를 주장했다.
채 정책위의장은 “이 자리에 외교 전문가는 외교부 차관 말고는 전무한 상황”이라며 “지금이라도 민간 부문에 있는 대일 전문가나 외교 전문가를 모시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