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고속철 참사에 국가 애도 선포… 한국인 2명 부상
열차참사 68명 사망… 초기 조사서 인적 오류 가능성 거론
올해 두 번째 고속철 사고… 야권, 진상 규명·실태조사 압박
산체스 총리 “사고 원인 끝까지 규명… 필요한 모든 조치”
작성 : 2026년 10월 29일(목) 17:30 가+가-

스페인 치안 기관 가디아 시빌(Guardia Civil)이 28일(현지시간) 제공한 스페인 우르다 기차 추돌 사고 현장의 모습.
스페인에서 28일(현지 시간) 고속열차 추돌 사고로 최소 68명이 숨지면서 스페인 정부는 사흘간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극우 성향 복스를 제외한 스페인 주요 정당은 조기 총선 선거운동을 중단했지만 페드로 산체스 총리에게 철도 안전 실태 공개와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압박에 나섰다. 산체스 총리는 투명한 사고 원인 조사를 약속했다.
스페인 RTVE와 엘파이스 등에 따르면 국영 철도회사 렌페 소속 AVE 고속열차가 이날 오전 8시53분께 마드리드 남부 톨레도주 우르다 인근 마드리드∼안달루시아 노선 선로에 정차해 있던 민영 이리요 소속 열차의 후미를 들이받았다. 그 충격으로 여러 객차가 탈선했고 이리요 객차 3량과 AVE 기관차가 제방 아래로 떨어졌다.
스페인 당국은 우르다역 인근에서 발생한 열차 사고로 최소 68명이 사망했고 180명 이상이 다쳤다고 집계했다. RTVE에 따르면 부상자 가운데 20명이 위중한 상태다. 당국은 사망자가 추가로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스페인 현지 당국자는 “AVE 기관차가 이리요의 마지막 객차에 박혀 있다”고 밝혔다. 에밀리아노 가르시아-파헤 카스티야라만차주 주지사는 “확인된 사망자 68명 가운데 44명이 이리요 열차에, 24명이 AVE 열차에 타고 있었다”고 전했다. AVE 열차에는 397명이, 이리요 열차에는 승객 146명과 아기 1명이 타고 있었다.
이번 사고로 한국인 2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정부가 집계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사고 현장에 급파된 영사가 확인한 결과, 현재까지 확인된 우리 국민 탑승객 총 10명 중 2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경상을 입은 1명과 턱에 부상을 입은 다른 1명 모두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았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지만 초기 조사에서는 인적 오류 가능성이 제기된다.
오스카르 푸엔테 스페인 교통장관에 따르면 이번 사고에 앞서 컴퓨터간 통신 장애로 LZB 열차 안전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 사고 지점을 포함한 63㎞ 구간을 운행하던 것으로 추정되는 열차 6대가 자동으로 정차했다.
AVE 열차는 시스템이 복구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디프 관제센터의 지시로 운행을 재개했고 대략 25㎞를 달린 뒤 정차해 있던 이리요 열차를 들이받았다. 충돌 당시 AVE 열차의 속도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해당 구간에서는 시속 200㎞까지 주행할 수 있다.
푸엔테 교통장관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관제센터는 우리가 보기에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운행 재개를 결정했다”며 “열차 한대가 우르다역 진입 지점에서 적색 신호를 받고 정차해 있는데도 다른 열차의 운행을 재개하도록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설령 운행을 재개한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해서는 안 됐다”며 “어떤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기관사가 열차를 정지시킬 수 있도록 속도를 시속 40㎞로 제한하는 시계운전 방식으로 운행했어야 했다”고 했다. 다른 열차에도 관제센터가 정상 운행을 지시했지만 기관사가 시계운전을 해야 한다고 바로 잡은 사례가 있다고도 전했다.
사고 현장을 찾은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29~31일 사흘간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사고 원인을 끝까지 규명하겠다. 과실이 있었다면 드러날 것이고 안전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다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며 “스페인과 같은 나라가 한 해에 고속철도 사고를 두 차례 겪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안전 강화와 신뢰 회복을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모든 정황상 이번 사고와 지난 1월 코르도바주 아다무스 사고 원인은 서로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고성주 기자 tdh123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