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2억대 포토존 조형물”… 나주시, 의혹 꼬리 물어
조형물 계약과 무관한 여성사업가 B씨 곳곳에 개입 정황
A사 메인 조형물 8개 중 1개 제작 누락, 일부는 무단 임대
작성 : 2024년 10월 28일(월) 17:04 가+가-

“벌써 녹이 슬고 페인트칠이 뜨는데 2억원대라뇨. 디자인업계 종사자로서 할 말을 잃게 만드는군요”
중견 조각가 겸 디자인연구소를 운영하는 전문가 이모씨는 최근 나주 영산강 정원에 설치된 조형물을 살펴본 후 완성도에 대해 혹평했다.
전체 설치 예산은 2억원대 규모에 재료비만 1억100여만원에 달하지만 엉성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전남 나주시가 ‘2024 영산강축제’를 위해 설치한 포토존 조형물을 놓고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조형물 제작·설치 계약의 직접 당사자가 아닌 여성 사업가 B씨가 곳곳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된 데다 제작업체와 디자인 용역업체 선정 과정이 석연치 않기 때문이다.
B씨는 지난해 말부터 ‘종합건설회사 대표 겸 디자이너’ 직함의 명함을 들고 나주시를 대상으로 수주 활동을 활발하게 이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28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영산강 정원 포토존 조형물은 나주시가 지난 9월12일 나주 동수농공단지 입주업체 A사에 ‘1인 견적 수의계약’ 방식으로 1억9632만8000원에 발주했다.
직접 생산 인증을 받은 농공단지 입주업체와는 농어촌정비법에 따라 금액 제한 없이 수의계약이 가능해서다.
A사와 계약한 조형물은 ‘입구 게이트존 입간판’을 시작으로 마지막 ‘대형 달 조형물’까지 크게 8가지 디자인 콘셉트로 구성됐다.
나주시는 A사와 계약에 앞서 조형물 디자인 확정을 위해 지난 8월5일 광주에 소재한 C사와 520만원에 디자인 용역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같은 달 19일 디자인 안이 나왔고 시장비서실 소회의실에서 첫 번째 프레젠테이션(PT)이 이뤄졌다.
상식을 벗어난 상황은 이때부터 시작된다. 이날 디자인 용역업체 C사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은 채 여성 사업가 B씨가 PT를 진행해서다.
이런 경우 B씨가 C사와의 연관 관계를 증명하는 위임장과 재직증명서를 나주시에 제출했어야 하지만 취재 결과 증빙 서류는 없었고 확인 절차도 이뤄지지 않았다.
나주시는 1차 PT에서 3억~4억원에 제시된 디자인 제작안에 대해 너무 과하다며 2억원대에 맞춰 디자인 수정을 요구했다.
이후 B씨는 사흘 후인 8월22일 수정 디자인 안을 가지고 같은 장소에서 또 두 번째 PT를 진행했고 나주시는 해당 안을 확정했다.
여기서 두 번째 PT에 등장한 디자인 수정안은 용역업체 C사가 제작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 누가 만들었느냐?’는 의문이 일지만 나주시는 콕 집어 밝히지 못하고 있다.
B씨와 관련된 의혹은 이어진다. 조형물 제작·설치 계약 주체인 A사가 나주시에 제출해야 할 성격의 ‘포토존 제작 설치 용역 내역서 수정안’(재료비·인건비 등 산출) 파일을 B씨 건설회사 직원이 지난 9월9일 나주시에 이메일로 전달해서다.
B씨 회사의 또 다른 직원도 조형물 현장 설치를 증빙하는 작업 모습이 담긴 사진 파일 수십 개를 나주시에 이메일로 보내온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이번 계약의 당사자인 A사와 B씨 건설회사는 나주시가 발주한 조형물 제작·설치 계약과 무관하다는 점에서 명쾌하게 설명이 안 되는 대목이다.
농공단지 입주업체 A사의 ‘직접 생산 불이행’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조형물을 직접 제작했다는 기초적인 증빙자료 제출 요구에 적극 응하지 않고 있어서다.
나주시가 계약 하루 만인 9월13일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지급한 재료비 구매 성격의 선급금(1억1178만4000원) 사용 내역 증빙자료의 경우 45일이 지난 시점인데도 제출을 미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