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을 골자로 하는 원포인트 개헌 카드를 꺼내들었다. 광주 민심을 잡는 동시에 윤석열 대통령 공약이라는 점을 내세워 정부·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8일 오전 광주에서 열린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을 내년 4월 총선에 함께 국민투표에 부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은 대선 당시 여야 할 것 없이 약속했던 대국민 공약이었다. 어려운 일도 아니다”며 “약속을 반드시 지킬 것을 대통령과 정부여당에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또 광주를 찾은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해 “5월 정신의 계승과 자유민주주의를 말하지만 약속했던 원포인트 개헌이나 국가 폭력에 의한 우리 국민들의 삶과 생명 해치는 일에 대해서 반성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만들지 않는 한 모두 공염불”이라고 지적했다.
전날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한 이후 하루 만에 재차 언급한 것이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슷한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원포인트 개헌’을 외치면서 이러한 주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간호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만큼 이번에는 말을 바꾸지 말라는 취지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날 자신의 SNS에 “윤 대통령에게 촉구한다. 구체적 일정만 제시한다면 5·18 헌법 개헌은 쉽게 국민의 환영 속에서 이뤄질 것”이라며 “이른 시일 안에 국회에 제안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김민석 정책위의장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5·18이 더 이상 정쟁이 되고 시비가 되지 않아야 한다”며 “민주당이 주장하는 원포인트 개헌은 선거 전략이 아니라 우리가 존중하고 지켜야 한다고 믿는 가치를 확인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정의당에서도 비슷한 주장이 나온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무엇보다 대통령은 공인된 역사인 5·18민주화운동을 헌법 전문에 담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국민의힘은 5·18 광주 민주 항쟁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이정표이자 등대임을 마음속 깊이 수용해 다시는 민주주의 역사를 유린하는 망언이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당은 ‘원포인트 개헌’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에 대한 질의에 “쉬운 게 아니다”라며 “87년 체제 이후 개헌이 필요하다고 공감대가 형성된 사안을 종합적으로 처리해야하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나아가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김남국 의원 가상자산 보유 논란 등으로 흔들리는 민심을 다잡고자 ‘원포인트 개헌’ 카드를 꺼낸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지금 이 대표가 당내 여러 가지 논란 때문에 매우 다급하지 않나”라며 “분명하게 하나씩 매듭지어야 할 일까지도 국민의힘을 대상으로 정치적인 메시지를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야당의 주장에 대해 “비리로 얼룩진 국면을 전환하려는 꼼수”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 대표는 “검찰 권력을 남용해 자신들이 기소해놓고, 기소됐다는 이유로 비난하는 행위가 과연 옳겠나”라며 “아무런 증거도 없이 정적을 말살하기 위해, 야당 파괴하기 위해 부당하게 검찰권 남용하고 기소했다는 것은 지금 여러분들이 보는 것처럼 다 밝혀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요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