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37년 동안 미완의 진실로 남아 있던 헬기 기관총 소사(掃射·상하좌우 난사)와 발포명령자 등 5·18 진상규명 작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
‘그 날의 진실’이 하나 둘씩 드러나면서 진실 규명 전담조직이 설치되고, 전문인력도 확충된 가운데 내친 김에 ‘핏빛 항쟁지’ 금남로를 따라 헬기사격 전수조사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발포명령자 규명을 위한 대선공약화 등도 발등의 불이다.
5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80년 5·18 당시 계엄군이 헬기나 지상에서 사격한 것으로 기정사실화되거나 추정되는 총탄 흔적이 발견된 곳은 금남로 1번지 전일빌딩을 비롯해 옛 전남도청, 옛 가톨릭센터(현 5·18기록관), 옛 광주은행 본점 등이다.
이 중 특히 전일빌딩 탄흔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해 계엄군의 헬기사격으로 기정사실화되면서 파장을 일으켰다. 발견된 탄흔은 모두 185개로, 35개는 외벽, 150개는 10층 옛 전일방송 내부 기둥과 바닥, 천장에서 무더기 발견됐다.
국과수는 80년 당시 주변 지형지물을 감안해 볼 때 “‘헬기가 호버링(hovering·정지) 상태에서 고도만 상하로 변화하면서 사격한 상황이 유력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탄흔 생성방향이 한 지점에서 좌우 방사형으로 펼쳐진 점으로 볼 때 UH-1H 헬기의 양쪽문에 거치된 M60 기관총으로 사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최근 공개된 육군 1항공여단 상황일지에 따르면 광주시민 다수가 헬기사격을 목격했던 80년 5월21일 기관총을 장착할 수 있는 500MD 헬기 7대가 광주에 출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지난 3일에는 옛 광주은행 본점의 깨진 유리창 3점(4, 8, 9층 추정)도 계엄군 총탄에 의한 것으로 국과수 감정결과 확인됐다. 5·18 사료인 이 유리창들은 광주은행이 1997년 시에 기증한 것으로 80년 5월20일 탄흔이 생긴 것으로 추정되며 감정 결과 1개는 계엄군이 주로 쓴 M16 소총에서 발사된 5.56㎜ 구경 탄흔으로 추정됐고, 나머지 2개도 ‘손상 형태로 보아 탄흔으로 판단된다’는 결론이 나왔다.
옛 광주은행에서 130m, 전일빌딩으로부터 270m 떨어진 옛 가톨릭센터 6층, 당시 윤공희(94) 대주교 사무실에서도 유리창을 깨고 주방 안쪽에 계엄군의 총탄이 박혔다는 증언이 나왔다.
시와 5월 단체 관계자들은 “국과수 분석과 여러 증언을 종합해볼 때 계엄군 무장헬기가 금남로를 따라 저공비행하면서 고층 빌딩에 무차별 사격을 가한 것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5·18 진실을 담은 비밀기록도 속속 세상밖으로 나오고 있다. 지난해 5월 5·18 외신기자로 활동했던 미국 저널 오브 커머스의 팀 셔록 기자가 5·18 관련 미 정부기관 극비문서를 기증한데 이어 지난달에는 미 정부 당국자로서는 처음으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5·18 문서 89건, 301쪽 분량을 기증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보관해온 1200만쪽 분량의 5·18 문서도 기밀해제돼 인터넷에 공개됐다.
광주시는 쏟아지는 각종 증언과 증거, 기록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투 트랙’ 전략을 짰다.
우선, 언론인 나의갑(전 전남일보 편집국장)씨를 자문관으로, 5급 사무관과 6급 2명 등을 중심으로 5·18 진실규명 전담조직을 꾸려 진상규명과 전국적 관심, 특히 대선공약화와 차기 정부 중요 과제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아울러 5·18기록관에는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리고, 각종 자료들을 체계적으로 분석할 학예연구사 2명도 신규 채용할 방침이다. 예산 지원도 늘릴 예정이다.
/하효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