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경제 회복과 창조경제를 구현해 ‘국민행복, 희망의 새시대’의 국정비전과 국정과제를 뒷받침하겠다.”
2013년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내놓은 경제정책방향의 첫 문구다. 이후로도 ‘창조경제’, ‘창조형’ 등의 단어는 17번이나 등장한다.
창조경제는 박근혜 정부의 최우선 국정운영 전략으로서 큰 주목을 받아왔다. 그러나 초기부터 “도대체 창조경제가 무엇이냐”는 비판에 직면했고 알맹이 없는 공허한 구호가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이에 더해 최근 들어 썩 와닿지 않는 이 프로젝트가 국정농단의 주인공인 최순실씨의 작품이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창조경제’는 박근혜 정부의 사생아로 전락했다.
2017년 경제정책방향에 등장하는 ‘창조’는 단 6번에 그쳤다. 판교 창조경제밸리를 4차 산업혁명 혁신 클러스터로 집중 육성하고 창조경제혁신센터를 기술·정보 확산의 거점으로 활용하겠다는 내용이 전부다.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이던 창조경제사업이 추동력을 잃고 좌초되는 모습을 나타내는 단적인 예다.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면서 주목받은 행사 중 하나는 이달 초 열린 ‘창조경제 박람회’였다. 이 행사에 대통령이 참석할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박 대통령은 해외순방과 건강상의 이유로 지난해 불참했던 것을 빼면 2013년과 2014년 행사에 참석했다.
창조경제추진단이 주관하는 이 자리는 창조경제 추진 현황을 알리고 성과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문화계의 황태자’로 불리며 각종 이권에 개입한 전황이 드러난 차은택씨가 창조경제추진단장을 맡은 바 있다.
전국 17개 시도에 산재한 18개 창조경제혁신센터의 거취도 불투명하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창출하는 창조경제의 전진기지로서 창업기업 육성, 중소기업 혁신, 지역특화사업의 구심점’이라는 게 공식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설명이다. 그러나 스타트업 기업들은 ‘창조경제’ 얘기만 꺼내도 최순실 불똥이 튈까 염려하는 분위기다.
이명박정부의 국정 어젠다인 ‘녹색성장’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농후하다. 4차 산업혁명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국가 경제와 기업의 사활이 달린 이 시점이야말로 진정 창조경제가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이 같은 수순은 손해가 막심할 것으로 보인다.
‘창조경제’에 대한 마뜩잖은 시선에도 정부는 4차 산업혁명 대응에는 적극적으로 대비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제정책방향에 범부처 컨트롤타워로 ‘4차 산업혁명 전략위원회’를 내년 초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담았다.
이찬우 기재부 차관보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각 부처에서 추진하는 사항은 있지만 개별부처에서 부처 소관 사업들만 챙기는 경향이 있다”며 “기술적 측면 뿐 아니라 노동 분야를 포함, 경제·사회 시스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포괄적으로 코디네이트(조정)하겠다”고 말했다.
/민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