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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교과서 국한자 혼용해야
이 준 구 주필
작성 : 2015년 03월 30일(월) 17:55 가+가-
우리 한국어 어휘에서 한자어는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국립국어원이 2010년 발간한 <숫자로 살펴보는 우리 말>을 보면 표준국어 대사전에 실린 표제어 약 51만개 가운데 한자어가 58.5%다. 고유어는 25.5%로 한자어의 절반 이하다.
이는 한글만으로 한국어를 온전히 표기할 수 없다는 주장의 중요한 근거다.
이를테면 서울에 있는 북한산(北漢山)은 ‘한강(漢江) 북쪽에 있는 산’이라는 뜻이지만, 한글로만 표기하면 자칫‘북한(北韓)의 산’으로 오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초등교과서 국한자 혼용을 찬성한다.
초등학교 교사들은 “한자혼용이나 한자병기는 일본 식민지 교육으로 길든 일본식 말글살이”라고 주장해 국한자 혼용을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국한자혼용은 세종대왕께서 글을 적은 방식이다.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을 만든 후 처음으로 지은<용비어천가> (龍飛御天歌)는 “海東六龍이 나라사 일마다 天福이시니 古聖이 同符하시니”로 시작된다.
세종대왕께서는 한자어는 한자로, 토박이말은 훈민정음으로 구별해 적었다.
이것이 국한자혼용이다. 또한 세종대왕께서 아들 수양대군을 시켜 지은<석보상절> 역시 한자어에 대해 한자와 훈민정음을 함께 적어 표기한 국한자병용이다. 이처럼 한자혼용과 한자병기는 바로 세종대왕께서 시작한 표기 방식이다.
우리는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을 만든 본뜻을 올바르게 알아야 한다. 세종대왕께서 한자를 몰아내려고 훈민정음을 만든 것이 아니다. 한자어는 기존에 써오던 대로 한자로 적고, 다만 적을 글자가 없었던 토닥이말을 적기 위해 훈민정음을 만든 것이다.
그 전통은 조선왕조 500년은 물론, 광복 후 1980년대까지 오랫동안 지켜져 내려왔다. 그 이유는 한자어는 한자어로 적어야 그 의미를 정확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한글전용은 개화기 때에 서양 선교사들이 한자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성경을 읽히려고 한글성경을 펴내면서부터 시작 됐다. 또 재미 교포였던 서재필 선생이 서양의 소리글자인 로마자가 우월하다고 생각해<독립신문>에서 한글전용을 본격적으로 시도했다.
이처럼 한글전용은 서양인과 재미교포가 시작한 일로서 우리 민족 주체성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본다.
2005년에 만든 ‘국어기본법’은 한글만 우리 글자라 규정하고 한자는 외국글자로 취급했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 국민은 한자를 멀리하고 한글전용에 멎게 된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국한자혼용을 해야할 이유는 또 하나 있다. 우리 한자어 속에 충효사상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한자 교육을 해야 한다. 한자에 윤리 도덕적인 것이 내재돼 있는 까닭이다. 그러므로 한자를 가르치는 게 사람다운 사람을 만드는 길이라고 여겨진다.
지금은 윤리 강상이 무너지고 도덕이 땅에 떨어져 부모가 자식을 죽이고, 자식이 부모를 시해하는 세상이 됐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세종대왕께서는 ‘한자어는 한자로, 토박이말은 훈민정음으로 적는다’는 국 한자혼용의 원칙을 세웠고, 대한제국의 고종황제도 국한문혼용의 칙령을 선포했다.
우리는 지금이라도 잘못된 한글전용을 철폐하고 21세기 동북아 한자문화권 시대에 걸맞게 국한자혼용을 시작해야 마땅하다.
과거처럼 한자로 문장을 쓰는 교육을 하자는 뜻이 아니라, 우리말을 더 정확히 하려면 한자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특히 전문용어는 90% 이상이 한자어인데 개념어에 대한 정확한 이해없이 학문이나 언어소통을 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고전문학만 제대로 할려도 한자 없이는 할 수 없다. 한자어를 고유어로 대체하기란 어려운 까닭이다. 복잡한 사물이나 추상적 개념을 압축한 문자가 한자이므로 한자어의 정확한 의미는 한자를 통해서만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는 의미인 것이다.
정부는 우리의 전통을 되찾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국한자혼용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국수주의에 빠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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