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이건 대통령(공화당)은 오닐 하원의장(민주당)의 고희연을 백악관에서 열어줄 정도로 친했다. 그에 비하면 오바마 대통령(민주당)과 베이너 하원의장(공화당)과의 관계는 역대 최악이라 할 만하다.
2010년 선거때 오바마는 한 유세에서 베이너를 떨어 뜨리려고 그의 이름을 9번이나 언급하며 비판했다. 그런데도 두 사람은 골프를 같이 치고 단둘이 만났다고 한다. 이것은 화목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7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 민주연합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회담을 가졌다.
2012년 대선에서 경쟁했던 박 대통령과 문 대표는 2년여 만에 국정 파트너인 대통령과 제1야당의 대표로서 얼굴을 마주했다.
3자 회동에서는 정치적 이슈를 배제하고‘경제’와 ‘민생현안’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그러나 박 대통령과 문대표는 ‘경제가 어렵다’는 데는 인식을 같이했지만 진단과 해법을 두고는 의견이 갈렸다. 문 대표는 정부의 경제정책을 실패로 규정하고 소득주도 성장으로 정책기조 전환을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과도한 재정지출 등을 통한 인위적인 가계소득 강화 등은 국민 세부담 증가와 기업활동 위축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기본적으로 철학과 지향가치가 다는 경제 기조를 두고 입장이 갈린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본다. 애초에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한 번 만나 단번에 복잡한 경제 현안의 공통 해법을 도출해 내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 수 없다. 다만 서로 동의할 수 없더라도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는 자리는 중요하다.
이날 회담에선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특정 정치 현안을 놓고 설전을 벌이고 대립하는 모습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2012년 대선 후 지난 2년여 동안 여야는 국정원 댓글 의혹을 비롯해 마치‘대선 연장전’을 치르는 듯한 대립을 거듭해 왔다. 그런만큼 지난 대선때 직접 경쟁했던 박 대통령과 문 대표가 대선 후 처음 만나 정치적 이슈에 집중하기보다는 국민 생활과 직결된 경제 정책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협상을 벌였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다.
대통령과 여야 대표는 이날 5월 초까지 여야 합의로 공무원 연금 개혁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김 대표가 회담에서 합의 준수를 강조하자 문 대표도“여야 합의를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고 답했다.
문 대표는 그러면서“야당도 이미 안을 갖고 있으니 정부안과 같이 논의 하겠다”고 말했다. 야당은 지금껏 정부를 향해서만 방안을 내놓으면서 한발 물러선 듯한 모습을 보여 왔다. 앞으로 야당이 이날 문 대표가 다짐한 정도의 적극성만 갖고 이 사안을 다뤄 나간다면 공무원 연금 개혁은 결코 불가능한 과제가 아니다.
하지만 요즘 시대엔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담판만이 정답은 아니다. 과거 대통령이 여당 총재를 겸할 때, 야당 총재가 오너 수준일 때 영수 회담은 현안을 타개하는 유효한 수단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통령도 야당 대표도 그런 지위에 있지 않다. 국회 업무에 대한 권한은 오히려 여야의 원내 대표가 더 갖고 있다.
그렇다고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만날 필요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박대통령과 문 대표가 지나친 부담을 안고 만나면 회동 결과가 정국을 더 경색시킬 수 있다.
따라서 서로 가볍게 만나고 형식도 그때 그때 다양화해야 한다.
3자 회동을 또 갖는 것도 좋지만 박 대통령이 문 대표를 포함한 야당 지도부와 함께 청와대에서 만나야 한다. 어떤 법안이 쟁점이 됐을 때 대통령이 소관 상임위의 여야 위원장과 간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떤가.
이번 회동의 1차적 의미는 특정한 합의 여부가 아니라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국정 현안을 두고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는 점에서 찾아야 한다.
문 대표가 회동을 실패로 규정하지 않고 “대통령의 생각을 알 수 있었고, 대통령도 경청했다. 그것이 성과”라고 한 것도 그 때문일 터이다.
대통령과 야당 사이에 국정에 대한 공감과 이해의 폭을 넓히는 작은 주춧돌을 놓았다면 그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을 자주 가져야 한다.
명심보감 치가편에 이런 말이 있다.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일이 이뤄진다” 가족 화목을 강조한 명언이다. 화목하면 나라일도 잘 된다는 뜻이다.
대통령과 여야 지도자 간의 회담은 정례화 차원을 넘어서 필요하면 언제든 만나고 대화할 수 있는 단계로까지 발전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국회도 의원들이 서로 화목하게 되고, 정치도 나라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는 소리를 듣지 않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