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총기 안전국으로 인식돼 왔던 우리나라에서 총기 사건이 이틀 간격으로 터져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25일 세종시에 이어 화성에서 4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하는 끔찍한 총기 난사 사고가 일어났다.
범인인 동생이 금전적인 이유로 가족들과 갈등을 빚다가 총기를 발사해 형과 형수는 물론 현장에 출동했던 파출소장 등 3명이 사망하고 본인은 자살로 끝을 맺었다.
세종시 사건도 금전으로 빚어진 반목 끝에 범인이 내연녀의 오빠와 아버지 등 일가족을 쏴 죽인 사건이다. 돈보다 인명을 경시하는 사회 풍조가 개탄스럽다. 이 두 사건의 경우 모두 분노를 참지 못하고 저지른 극단적 행동에서 비롯되는 ‘충동조절장애’ 형태를 띤다.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는 분노 폭발형 범죄에 국민은 불안하다. 지난달 경기 안산에서는 아내의 외도를 의심해 인질극을 벌이고 아내의 전남편과 딸을 살해한 엽기적 사건도 있었다. 기분 나쁘게 쳐다봤다는 이유로, 모욕적 말에 기분이 상했다고 저지르는 범죄는 꼬리를 문다. 형사정책연구원의 분석 결과, 2012년 5대 강력 범죄(살인 강도 강간 폭행 절도)의 범행 동기 1위는 ‘우발적’ 요인이었다.
전문가들은 어떤 일에 욱하는 심정으로 과격한 언동을 표출했다 바로 후회하는 것도 경증의 충동조절장애라고 본다. 충동조절장애를 겪는 사람은 원하는 대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거나 잘 풀리지 않을 때 화를 조절하지 못하고 과도한 폭력 등 극단적 행동을 하게 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09∼2014년 사이에 32% 늘었다고 한다.
개인이 겪는 스트레스가 급격히 증가하는 데 반해 자제력이나 통제력은 약화되고, 양극화나 가계 불안 같은 사회·경제적인 불만이 쌓이면 이런 증상이 만연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이 같은 관점에서 충동조절장애는 일종의 사회적 병리현상이다.
정부와 전문가 집단이 나서서 스트레스 및 갈등 관리에 대한 종합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이 같은 증상의 만연에 따라 발생할지도 모를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충동조절장애가 재판과정에서 흉악범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방안으로 활용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경찰은 총기 사건이 연이어 터지자 부랴부랴 개인의 총기소지 허가를 까다롭게 하는 등 관리를 대폭 강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간 총기 사고가 빈발하는 상황에서 경찰의 장비 보완과 대응 매뉴얼 마련도 시급한 문제다.
화성의 총기 난사 사건에서는 해당 지역 파출소장이 방탄복 없이 범인을 설득하던 중 총에 맞아 숨졌다. 총기 사고에 필수적인 방탄복은 ‘대간첩 작전 및 대테러 장비’로 분류돼 지역 경찰에 지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의 사건 현장 매뉴얼에 피의자의 총기 소지 상황 시 대응법은 아예 규정이 없는 실정이다.
민간 총기 사고는 지난 2년간 모두 25건 발생해 25명이 숨지거나 다쳤다. 또한 민간이 소유하고 있는 총기는 16만여정이며 이 중 엽총은 3만7000여정이다. 한국도 이미 총기 안전지대가 아닌 것이다. 총기 보유 허가부터 사용에 이르기까지 전반에 걸쳐 제도적 장치를 검토하고 보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