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 동의안이 16일 통과됨에 따라 이 후보자는 우리 대한민국의 43번째 총리가 됐다. 찬성 148표, 반대 128표, 기권 5표로 통과시켰다.
노무현 정부 이후 총리 후보자 8명 가운데 가장 낮은 득표율이다.
표결에 참가한 여당 의원 155명보다도 찬성표가 7표나 적게 나왔다.
하지만 이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요구해 온 새정치민주연합이 막판에 표결 참여로 유턴하면서 새누리당 단독 처리 같은 볼썽사나운 상황을 면하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국회가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청문 절차를 마무리함으로써 법과 원칙을 지킨 것은 평가받을 일이다.
그러나 지난 24일간의 인사청문회 국면을 거치면서 드러난 후진적 인사 시스템, 공직 후보자의 부도덕성, 여야의 질 낮은 정치 공방은 한국 정치의 현주소, 나아가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따라서 신상털기식 인사청문회는 훌륭한 인재들의 공직 기피라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그런데도 야당은 당장에 정권의 타격을 주는 수단으로 인사청문회를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여당은 시시 비비를 가리기 이전에 무조건적으로 후보자를 감싸는 무능한 대처로 일관했다. 이렇게까지 해서 인사청문회를 해야하는 것인지 그 취지를 무색케 하고 말았다.
지역주의의 망령도 되살아났다.
표결을 앞두고 ‘충청 총리 낙마되면 다음 총선·대선 두고 보자’라는 현수막이 나붙은 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본다.
한 전직 장관은“이 총리의 이미지에 상처가 많이 나서 ‘대통령에게 직언을 하겠다’거나‘공직 기강을 확립하겠다’등과 같은 약속이 좀 퇴색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이 총리는 용기를 내야 한다.
용기를 내어 박 대통령에게 직언을 해야 한다. 꼭 국민을 위한 책임총리가 돼야 한다. 이 총리의 가장 큰 장점이었던‘국회와의 협조’역시 지명 당시보다 퇴색됐다고 본다.
야당과는 청문회에서 감정 대립이 격화된 데다. 여당 신임지도부도 강한 목소리를 내는 상황에서 총리가 당장 힘을 발휘하기 힘들어졌다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이 총리의 위상과 역할은 지나간 청문회가 아니라 앞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어떻게 그를 대하고 무슨 역할을 부여하느냐에 달렸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박 대통령이 힘을 실어준다면 이 총리는 얼마든지 장점을 발휘할 것이라고 본다. 이 총리는 머지않아 리더십을 회복할 것이다.
이 총리의 언론에 대한 발언을 부각하며 고소하다는 듯이 물고 늘어지는 야권의 공격에서는‘말리는 시누이’냄새가 난다. 이 총리도 당하고 언론도 당해보라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언론 환경은 재정적으로 대단히 취약했고, 그런 이유로 정치적으로도 온유했다고 말할 수 없다.
권위주의와 독재가 지배했던 지난 세월 올바른 언론의 기준은 권력과 유착하지 않고 권력에 저항하는 언론이 언론다운 언론으로 대접받아 왔다.
언론 자유는 권력의 비리나 집권층의 오도된 행동을 보도하느냐 못 하느냐에서 갈렸고, 언론의 존재 이유는 권력 비판과 민권 선양에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그런 시대는 가고 있다.
우리는 ‘쓰느냐, 못 쓰느냐’로 고심하던 독재 권위주의 시대를 넘어‘올바르게 쓰느냐, 왜곡·오도하느냐’로 고민하는 시대로 이행하고 있다.
포퓰리즘 말고도 언론의 결정적 위해 요소는 ‘거짓 보도’다. 자신이 믿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에만 집착해서 사실을 왜곡하고 진실을 외면하며 국민을 오도하는 ‘거짓말 언론’은 어쩌면 ‘못 쓰는 언론’ ‘잘못 쓰는 언론’보다 더 해악적이다.
이 총리는 총리 내정 직후엔 “대통령께 쓴소리와 직언을 하는 총리가 될 것”이라면서 “대통령께 직언하지 못하는 총리는 문제가 있다”고도 했다.
헌법과 법률에 규정된 대표적 총리의 권한은 국무위원 임명제청권과 해임건의권이다.
역대 어떤 총리도 두 개의 권한을 제대로 행사한 적이 없다.
하지만 이 총리는 이런 의미에서의 책임총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이 총리가 청문회에서 적잖은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유승민 원내 대표가 한목소리로 당·정·청 소통 강화를 요구하면 청와대와 코드가 맞는 이 총리는 가교 역할을 하면서 대통령에게 직언을 해야 할 것이다.
이 준 구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