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이 지난 17일 방산업체에서 7억 원이 넘는 뇌물을 받은 혐의로, 윤연 전 해군작전사령관은 공범으로 각각 기소됐다.
하루 전에는 천기광 전 공군참모차장이 전투기 정비대금을 가로챈 협의로 기소됐다.
불과 몇 주 전에는 미국 군수업체에 군사기밀을 넘기고 돈을 받은 김상태 전 공군참모총장의 유죄가 확정됐다.
모두 대장, 중장으로 각군 지휘 작전의 최고보직을 역임한 거물들이다. 난마처럼 얽힌 방산비리사슬의 정점에 이들 군 최고지휘관들이 있었던 것이다.
공소장에 적힌 정 전 총장의 행태는 믿지 못할 정도다.
정 전 총장은 2008년 장남 이름으로 요트 회사를 차린 뒤 이 회사를 해군 행사에 참여시키면서 후원금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고 한다.
STX 측이 머뭇거리자 ‘앞으로 사업할 생각이 있느냐’고 협박하며 돈을 뜯어냈다는 것이다.
전투조종사 출신인 천 전 공참차장은 2006년 예편 후 전투기 정비업체인 블루니어에 ‘군피아’로 들어가 후배들이 목숨 걸고 타는 전투기의 핵심부품을 폐부품으로 끼워놓고 5년간 정비 대금 457억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243억원을 불법으로 떼어먹은 사실이 드러났다.
비리 규모도 규모이거니와 예비역 공군 중장과 대령 등 군내 인맥에다 학연, 혈연까지 죄다 동원된 비리 사슬 구조를 들여다보면 방산비리의 끝이 대체 어디일지, 이렇게 병들고 썩은 방산 체제로 어떻게 국민의 안녕과 영토를 지켜 낼 수 있을 것인지 개탄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군대나 기업의 비리는 수사기관이 적발해 내기 쉽지 않다. 하지만 국제부정행위조사관협회(ACFE)가 2012년 세계 96개국 기업과 정부 기관을 상대로 부정부패 사건 1388건을 조사한 결과 내부 고발을 통해 드러난 경우가 43.3%나 됐다. 고발자의 신분을 철저하게 보장하고 충분한 보상을 해주면 큰 비리도 얼마든지 캐낼 수 있다는 증거다.
미국은 제보자가 익명(匿名)으로 비리를 고발할 수 있다. 금융회사인 UBS의 탈세를 신고한 직원은 1억달러 넘는 포상금을 받았을 정도로 보상도 엄청나다. 내부 고발에 따른 보복성 인사를 감시·조사하는 정부 기관까지 있다.
우리도 2011년 공익신고자보호법을 만들어 내부 고발자를 보호하고 있지만 ‘공익 제보’ 대상 비리가 일부에만 한정돼 있는 데다 포상금도 푼돈에 불과하다.
늘 그렇듯 일이 터지면 불에 덴 듯 갖가지 방안들이 제시된다. 영관급 이상 예비역의 관련업체 재취업 감시도 강화하고 있으며, 방산비리를 반역죄로 처벌하자는 법안도 발의됐다.
군 특가법을 만들어 상위계급일수록 가중처벌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다 일정부분 효과가 있는 방안들이다.
방산비리는 당장 병사의 목숨과 안보에 직결된 최악질 범죄이므로 가능한 모든 조치를 강구해야 함은 마땅하다.
재직 시 범죄로 한정돼있는 연금박탈 조건을 퇴직 후 범죄로까지 확대하는 등 예비역 고위장성으로서의 모든 명예와 수혜를 박탈하는 조치가 수반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