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3일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며 정치인이 그러한 말로 국민을 속이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말했다.
유승민 신임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면서 “기조를 이제 바꿔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증세 없는 복지’는 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대선에서 내걸었던 핵심 공약이다.
이 정부 출범을 전후한 지난 2년 동안 정부·여당에선 증세 문제를 거론하는 것이 일종의 금기(禁忌)였다. 그러나 여당의 두 사령탑이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정부는 담뱃세를 올리고 근로자들의 비과세 감면을 줄이면서도 “증세가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여당의 두 대표가 “증세 없는 복지는 거짓말”이라고 말함으로써 이제야 진실을 인정한 셈이다. 박 대통령은 대선 이후 급식, 보육, 교육, 의료까지 줄줄이 무상복지를 확대하면서도 증세는 안 한다는 철칙을 고수하고 있다.
국민은 선거 공약에 현혹돼 표를 주고 달콤한 사탕을 입에 물었지만 세수 부족으로 나라 곳간이 속속 비어가는 심각한 현실에 부닥치고 있다. 이 때문에 온갖 꼼수가 등장했지만 증세라는 성역은 건드리려 하지 않았다.
건강 증진으로 치장해 담뱃세를 올렸고, 월급쟁이의 호주머니를 털기 위해 연말정산제도를 바꿨다가 여론의 호된 비판에 홍역을 치렀다.
청와대와 정부는 이후 주민세·자동차세 인상을 접었고, 건강보험료 개편도 전격 보류하는 등 혼선을 이어가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여당은 지금껏 이 뻔한 진실을 애써 외면해 왔다. 선거 득표용 무상 복지 공약 경쟁이 불붙기 시작했던 2011년 이후 정치권은 복지에 필요한 돈을 어떻게 조달하고, 그 부담을 누가 떠안을 것인지에 대해선 입을 닫은 채 이것저것 공짜로 해 주겠다는 무차별 공약을 쏟아냈을 뿐이다. 결국 선거 표만을 좇는 정치가 국가 재정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복지 지출이 크게 늘어 이대로 가다가는 2009년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4개국처럼 한국도 2033년경 파산에 이를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국가재정을 지키자면 방법은 두 가지다. 세수를 늘리거나 씀씀이를 줄여야 한다.
그러나 말처럼 쉽지 않다.
증세의 경우 연말정산 파동에서 보듯 저항이 만만치 않다. 불황과 가계부채로 중산층의 실질 소득이 늘지 않으니 증세 반발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법인세를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국내총생산(GDP)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3.7%에 이른다. 미국 2.5%, 영국 2.7%보다 훨씬 높다.
기업도 불황에 죽을 지경이니 무턱대고 법인세를 올리겠다고 하면 성장 정책에 악영향을 줄 소지가 크다.
현실적인 대안은 정부 씀씀이를 줄이는 길밖에 없다. 증세는 재정을 아껴쓰고 난 뒤 그래도 안 될 때 국민의 뜻을 물어 추진해야 하는 일이다.
청와대와 정부, 여야는 이제 ‘증세 없는 복지’라는 사기성 감언이설을 접고 실현 가능한 복지 정책에 대해 머리를 맞댈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