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에서 조합장 선거를 둘러싼 불법 행위가 판을 치고 있다. 오는 3월 11일 농·축·수협과 산림조합장을 한꺼번에 뽑는 제1회 전국동시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금품 살포 등 탈법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금품을 돌린 혐의로 조합장 출마 예정자가 잇따라 구속되는가 하면 예상 후보들 간 고소·고발도 늘어나고 있다.
선관위 집계로는 벌써 전국적으로 167건의 선거부정행위가 적발됐다고 하니 이만저만한 혼탁과 과열이 아니다.
그동안 개별 조합별로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발생했던 ‘돈 선거’ 구태를 바로잡기 위해 전국 동시선거 제도를 도입했으나 과열·혼탁 양상은 전혀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3억원을 쓰면 당선되고 2억원을 쓰면 떨어진다’는 ‘3당 2락’이란 말도 나돌 정도로 상황이 오히려 심각하다.
충남 논산의 한 마을에서는 성인인구 3800명 가운데 조합장 입후보 예정자로부터 금품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 조합원만 150여명에 달해 지역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1인당 20만~1,000만원으로 기소가 되면 최고 50배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이런 사정으로 과태료 면제를 조건으로 한 선관위의 자수 권고 방송에 돈을 받은 이들의 행렬이 줄을 이었다고 한다. 한 주민은 “그 동안 가슴이 떨려 일도 못 하고, 잠도 못 잤다”고 토로했다고 하니 ‘주민 잡는 선거’나 다름없다.
금품ㆍ향응 제공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입후보자만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과태료 폭탄에 불면의 밤을 보낼 이들이 전국에 숱할 것이다. 경기지역에서는 축협 입후보 예정자로부터 4만4,000원짜리 식사를 대접받은 조합원 4명은 각각 132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됐다.
동시 조합장 선거는 전국 농·축협 1117곳, 수협 82곳, 산림조합 129곳 등 1328곳에서 실시된다. 지역에서 조합장은 막강한 권력이다. 정부 지원금과 조합비로 예금 대출과 마트 운영 같은 사업을 하기 때문에 당선만 되면 조합원들한테 갑(甲) 중의 갑이 된다.
연봉도 대형 조합의 경우 1억 원이 넘는다. 판공비에 업무추진비도 별도로 나온다. 본전을 뽑고도 남으니 돈을 뿌려서라도 당선되려고 안간힘을 쓴다. 중앙선관위 중심으로 공명선거 캠페인과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금품 수수와 선물공세 등이 은밀하게 이뤄지는 데다 다수가 고령층인 유권자들의 죄의식이 낮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후보자 본인 외에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고 토론회나 연설회도 못하게 하는 등 현직 조합장에게 유리한 현행 선거제도가 불법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많다. 후보등록 후 단 2주 만에 투표를 함으로써 단기간 득표활동을 벌이기 위해서는 돈과 조직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있다.
이유야 어떻든 돈으로 유권자를 사고파는 낡은 선거는 막아야 한다.
돈으로 표심을 얻은 사람이 당선될 경우 결국 부정과 비리를 저지를 개연성이 높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유권자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당국은 모든 역량을 동원해 돈 선거를 뿌리 뽑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