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의 악순환이 고착화되고 있다.
저소득층이 빈곤에서 벗어나 중산층이나 고소득층으로 이동하는 빈곤탈출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반면 부자가 계속 부자로 남을 확률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한국사회의 소득계층 이동성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빈곤탈출률 하락은 한국 사회가 점점 건강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경고다.
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 발표한 ‘2014 한국복지패널 기초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3~2014년 사이 빈곤탈출률은 22.6%에 불과했다.
저소득층 4.5명 중 1명 꼴로 ‘신분이동’을 한 것으로 8년 전 조사를 시작한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고소득층 4명 중 3명은 여전히 고소득층에 남았다. 특히 고소득층이었다가 저소득층이 된 사람은 0.4%에 그쳐 역대 조사 중 가장 낮았다.
가난한 사람은 계속 가난하고 부자인 사람은 계속 부자로 남고 있다는 뜻이다.
부의 양극화와 소득불평등 문제가 세계적인 고민거리로 등장한 지는 오래됐다.
올해 다보스포럼에서는 내년부터 상위 1%가 전 세계 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나머지 99%의 재산보다 많아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우리나라의 소득불평등 정도도 주요 선진국 못지않게 심각하다.
김낙년 동국대 교수에 따르면 한국 사회는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48%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중하위층 40%는 전체 소득의 불과 2%를 점유하는 데 그치고 있다.
빈곤 탈출이 힘든 사회가 된 이유는 양질의 일자리 부족 때문으로 분석된다.
비정규직 양산으로 저소득층의 소득이 좀처럼 늘지 않고 있어서다. 수출과 소비 부진 등으로 지난해 연간 경제성장률이 3.3%에 그치는 등 저성장 기조도 굳어지고 있어 빈곤 해결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처럼 경제가 활력을 잃으면 일자리 창출이나 가계소득 증대가 요원해진다.
소득 양극화는 교육 격차로도 이어진다. 가난의 늪에 빠지면 교육 받을 기회가 줄기 때문이다. 이는 다시 미래의 빈곤으로 돌아온다.
빈곤탈출률 약화로 예상되는 사회적 파장은 간단치 않다. 소득계층 고착화는 필연적으로 사회 전체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갈등과 균열을 부를 것이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꿈과 희망을 상실한 ‘죽은 사회’로 갈 수 있다. 무엇보다 정부의 책임이 크다.
소득분배 개선과 저소득층 복지 강화에 힘을 써야 함에도 별반 신경을 쓰지 못해 양극화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정책도 따로 논다. 소득주도 성장 체제로 가야 함에도 서민과 중산층이 아닌 기업의 편의만 보살핀다. 국가 재정난에 서민 호주머니만 털 궁리를 하고 있다.
정부는 빈곤 예방을 위해 가구 소득을 올리고, 차상위계층 등 경계선에 있는 가구가 빈곤층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가난이 대물림되는 사회는 희망이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