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어제 신년 국정연설을 통해 상위 1% 부자에 대한 부유세 도입을 골자로 하는 세제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부부 합산 연소득 50만 달러(약 5억 3900만원) 이상 최상위층 부자들을 대상으로 한 자본소득세율을 현행 23.8%에서 28%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오바마식(式) ‘부자 증세’다. 향후 10년간 상위 1% 부자들로부터 추가로 거둬들일 3200억 달러(약 345조원)로 중산층과 서민을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공화당이 반대하고 있어 법안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중산층을 살리기 위한 현명한 결정이라고 본다.
우리나라도 부자 증세를 공론화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복지예산을 충당하려면 불가피한 선택이다.
이번 연말정산 파동도 결국은 증세를 둘러싼 갈등이다. 정부·여당이 긴급 당정회의를 열어 연말정산 논란의 보완 대책을 내놓았다.
자녀·노후연금 공제를 확대하고, 출생공제를 부활하고, 독신근로자의 공제 혜택을 높인다는 것이다. 당정은 국회 입법을 통해 소급적용하는 방침도 밝혔다.
연말정산 과정에서 세금을 더 내게 된 사람들의 불만이 폭발해 ‘조세저항’의 기류마저 일자 ‘소급’하는 비상책까지 꺼내 진화에 나선 모양새다. 당정의 보완책은 당장 불만이 집중되는 부문을 손질하는 데 맞춰져 있다.
이 중 국가 전략 차원의 저출산·고령화 대응과는 거꾸로 간 다자녀공제 축소와 출생공제 폐지를 원상회복하는 건 맞는 방향이다.
근로소득공제를 축소하면서 출생과 다자녀 공제를 폐지·축소하는 ‘꼼수’를 끼워 넣은 게 연말정산 논란을 증폭시켰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연말정산 파문은 정부가 월급생활자들의 유리알 지갑을 터는 ‘꼼수’로 세금을 더 거둬서 복지 공약을 이행하려다가 탄로가 난 것으로 요약된다.
사실상 증세를 하고 있으면서도 증세를 인정하지 않고 있던 정부가 자초한 것이다. 월급 생활자들이 우리만 ‘봉’으로 보고 있다며 거센 불만을 표출하자 정부·여당은 갈팡질팡하며 졸속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응급처방의 성격이 짙은 정부·여당의 보완책은 본질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
내년 총선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땜질 처방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정공법으로 풀어 나가지 않으면 바닥에 떨어진 정책에 대한 신뢰도 회복하기 어렵다.
먼저 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밝히고 사과한 뒤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지하경제를 양성화하면 증세 없이도 복지 예산을 감당할 수 있다던 약속은 ‘선거용’이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올 초 담뱃값에 붙은 세금이 2000원 오른 것을 비롯해 주민세와 자동차세도 줄줄이 오르면서 우회 증세를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약속했던 복지 공약을 이행할 생각이라면 어떤 세금을 얼마나 어떻게 올릴지 등 구체적인 증세 방안에 대한 논의에 즉각 착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