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부정과 비리 사슬을 끊을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2011년 6월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 국무회의에 초안을 내놓은 뒤 3년6개월간 우여곡절을 겪다 이제 입법화의 첫 관문을 지나 결실을 앞두게 된 것이다.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애초 법안엔 있지만 여야가 합의를 이루지 못한 탓에 이번엔 빠진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 부분도 서둘러 입법을 마무리하기 바란다.
우리 공직사회는 ‘부패에 찌든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한 면이 강하다. 많은 공직자는 정직하지만 일그러진 공직자도 한둘이 아니었다. 부패를 저지르고도 “대가성이 없다”며 뻔뻔하게 무죄를 주장하는 ‘힘 있는 공직자’가 수두룩했다.
공직사회에 부패가 만연하니 공직사회에 줄을 서는 민간의 부패는 확대재생산된다. 그 결과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지난해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는 100점 만점에 55점으로 175개국 중 43위다.
이를 감안하면 때늦은 감마저 없지 않다.
이번 법안은 가장 강력한 수준의 반부패법이다. 법안의 핵심은 한 사람으로부터 한 번에 100만원, 연간 300만원을 넘는 금품을 받은 공직자는 그 명목이 무엇이든 대가성과 직무관련성을 따지지 않고 형사처벌하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대가성과 직무관련성이 없거나 모호한 금품을 ‘떡값’이라며 주고받거나 신용카드·차량 등을 제공하는 ‘스폰서’ 행위를 해도 형사처벌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그랜저·벤츠 검사’ 같은 공직자들이 형사처벌의 사각지대에 있었다.
하지만 김영란법이 12일 국회에서 처리되면 내년부터 이런 구멍이 상당 부분 메워진다.
당장 내년부터 모든 공무원과 국회의원, 공공기관, 공직유관단체, 각급 학교와 신문·방송 등 언론사 종사자 등 186만여명이 이 법상의 ‘공직자’가 된다. 가족까지 포함하면 550만~1,800만명, 2월 국회에서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 부분까지 반영되면 2,000만명으로 불어난다.
이에 따라 직무와 무관한 지인으로부터 관행적으로 신용카드나 떡값을 받는 공직자들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기업 등의 접대 관행에도 일대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규제 대상 금품 등에 물품·초대권·관람권·할인권은 물론이고 음식물·주류·골프 등의 접대와 향응, 교통·숙박 편의 제공, 채무면제, 취업 제공 등 유무형의 경제적 이익제공 행위가 망라되기 때문이다. 홈쇼핑 방송사 등의 갑(甲)질도 철퇴를 맞게 됐다. ‘김영란법’은 그런 점에서 한국 사회 특유의 병폐에 대한 맞춤 처방이다. 또한 우리의 아들딸들에게 어떤 대한민국을 물려줄 것인지를 가를 역사적인 법안이다.
법안의 불법 유형을 보다 명확히 해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수사당국이나 권력이 부정청탁의 개념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법 집행과정에서 불가피한 혼란과 과잉처벌 논란을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