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4년 과정이지만, 요즘 4년 만에 졸업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대학을 5~6년씩 다니는 것이 자연스러운 세상이 됐다.
대학 졸업을 일부러 미루는 졸업유예제는 취업난 극복을 위한 대학생들의 절박한 몸부림이다. 갈수록 좁아지는 취업의 문을 통과하기 위해 대학생들은 휴학, 군 입대, 대학원 진학과 함께 졸업 유예를 선택하고 있다.
어학연수를 비롯해 취업에 필요한 스펙을 쌓는 시간을 벌고, 기업의 졸업생 기피 풍조에도 대처하자는 것이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이수하고 취업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학문을 나서겠다고 결심하는 것은 쉽지 않다. 취업 준비생들에게 대학 캠퍼스는 마지막 보루와도 같다.
그런데 일부 대학들이 대학생들의 버팀목인 졸업유예제를 폐지하고 있다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이화여대는 올부터 규정 학점 이수 학생은 무조건 졸업해야 하는 과정수료제를 도입키로 했다.
이렇게 되면 논문, 영어성적 등의 졸업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 방식으로 졸업을 미룰 수 없다. 재학생 신분을 유지하려면 등록금의 6분의 1인 60만원가량을 내고 추가 등록해야 한다.
돈으로 재학생 신분을 사라고 강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서강대와 건국대도 졸업유예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학칙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대학들은 졸업을 미루는 학생이 늘어나면 학사 관리 비용이 늘어나고, 도서관이나 식당 같은 시설의 추가 투자도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내세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대학 당국이 잇속을 차리기 위한 의도가 엿보인다.
교육부가 올해 실시하는 대학 구조개혁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교수 1인당 학생수가 많아지면 교육부의 대학평가 점수가 낮아지고 그에 따라 지원도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재학생 신분을 유지하려면 추가 등록을 신청할 수밖에 없어 등록금 수입도 늘어나는 이점도 있다.
하지만 적립금을 천문학적 수준으로 불려 놓고 쓸 곳을 찾지 못하는 사립대학들이 어려운 처지에 놓인 취업 준비생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마지막 쪽박까지 깨겠다는 것은 어이없다. 대처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학생들이 졸업을 미루는 것은 개인적인 문제 이전에 우리 사회가 이들에게 충분한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해 빚어지는 구조적인 측면이 크다. 기업들이 졸업생보다는 재학생 채용을 선호하고 있는 풍토도 졸업을 미루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하다못해 인턴에 지원하려 해도 졸업생은 자격에 제한을 받는 게 현실이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졸업유예제는 이미 보편적인 현상으로 자리잡았다.
정부도 이같은 현실을 직시하고 이 대목의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취업 준비생을 격려해도 시원치 않은 판국에 오히려 심리적, 재정적 부담을 지워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