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청양의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광복 70년이자 동시에 분단 70년으로 역사적 명암이 교차된다. 대한민국 70년의 역사는 경이의 기록이 아닐수 없다. 일제의 수탈과 6·25전란이 끝난 1953년 우리의 1인당 국민소득은 67달러에 불과했다. 아프리카의 콩고.가봉.가나보다도 뒤처진 나라였다.
그로부터 60년동안(1945~2013년)한국은 연평균 7.4%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했다. 경제 규모는 1000배 가까이 커졌고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올라섰다.
2차 대전 종전후 세계 곳곳에서 탄생한 대부분의 신생국은 아직도 내전에 시달리거나 여전히 빈곤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하고 선진국 문턱에까지 올라선 나라는 우리 한국밖에 없다.
어디에 내놓아도 누구에게 보여줘도 자랑할 만한 성공 스토리가 아닐수 없다.
올해는 이 놀라운 광복 70년사를 온전히 평가하는 한해가 되어야 한다.
국가와 사회 전반에 걸쳐 절실한 과제가 하나 둘이 아니지만 70년에 이른 분단 상황을 획기적으로 돌파해내야 할 과제가 두드러진다.
굳이 그런 상징성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박근혜 정부로서는 금년에 반드시 남북관계에 일대 진전을 이루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대통령 임기 내 남북관계 진전은 물 건너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속에서 지난해 12월 29일 우리 정부는 통일준비위원회 명의로 북측에 1월중 남북대화를 제의해 놓은 상태다.
게다가 박근혜 대통령은 새해에 “분단의 역사를 마감해야 한다”는 신년 메시지를 내 놓았다.
마침 북한 김정은 제1위원장도 2015년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 대전환을 가져와야 한다”고 천명했다. 사실상 우리 정부측의 지난해 12월29일 대화 제의에 긍정적으로 호응한 것이다.
남과 북의 두 지도자가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어서 청양의 해 을미년은 한반도 평화통일의 대장정에 “대박”이 터지리라고 기대해 마지 않는다.
지난 2년동안도 숱한 대화 제의가 있었고, 실제 고위급 대화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는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말았다.
문제는 대화와 교류를 이어갈 수 있는 환경 조성과 관리에 실패했다는 데 있었다. 올해도 이 같은 과거 실패를 반복하지 말란 법이 없다.
우리 측은 금년부터라도 대북전단 살포를 중지해야 한다. 북한 측은 우리 대통령 비방을 중지해야 한다.
하지만 민간단체의 활동을 정부가 노골적으로 막을 수 없고, 한·미 간의 군사훈련 역시 중단할 길이 없다.
이것이 한국정부의 딜레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대화와 교류협력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노력을 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 따라서 대화와 교류협력을 하기 위해서는 일단 상대방을 대화파트너로 인정해야 하고, 최소한의 역지사지 정신을 가져야 한다.
대결적 태세와 적대적 마음자세로 대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남북이 상호신뢰를 쌓아야 한다. 금년에 ‘대박’을 터트리겠다는 의지가 결연하다면 구체적으로 5·24조치를 해제하고 금강산 관광을 재개한다는 통큰 결단을 내려야 한다.
5·24조치는 특정한 상황에서 나온 정책적 대응이기 때문이다.
북이 남북대화 테이블에 나온다고 해도 모든 문제의 근원인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천안함 도발을 인정하고 연평도 포격과 금강산 관광객 사살을 사과할지도 불투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대화를 핵·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일치된 대북결의와 조화시킨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남북 문제에서 환상에 젖어서도 안되지만 미리 체념하고 낙심할 필요도 없다.
급한 쪽은 북한이다.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해야할 일이 있다는 사실을 북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정부는 이 기본원칙을 분명히 하되 유연하고도 열린 자세로 북을 상대하면서 남북관계를 한 단계 끌어올릴 기회를 붙잡아야 한다.
북의 전략이 갑자기 바뀌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남북 정상회담이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 북은 김정은의 생각이 전부인 1인 체제다. 결국 박 대통령이 김을 만나 근본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남북관계의 새 장을 여는 열쇠가 될 수 밖에 없다. 박 대통령은 ‘정치적·정략적 남북 정상회담’이란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입장에 있다. 그만큼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넓다는 얘기다.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북이 핵·인권·천안함 문제에서 전향적 자세를 보이고, 개성공단이나 나진·하산 사업과 같은 남북 경협이 확대되기를 모두 바라고 있다. 우리는 비좁은 국토를 더 활짝 열어 젖혀야 한다.
이 준 구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