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미년 양 띠 해를 맞았다. 양(羊)이란 동물은 정직과 정의를 상징하기도 한다. 글자 자체도 좋은 의미만 담고 있다.
착한 ‘선’(善), 아름다울 ‘미’(美), 옳을 ‘의’(義) 등 글자 자체에서도 볼 수 있듯이 양은 유순하면서도 상서로운 의미를 담고 있는 긍정적 동물로 인간과 아주 친근하고 서로 필요로 하는 동물이며 가축이기도 하다.
양은 동양과 서양을 막론하고 희생을 상징해 왔다. 양의 가장 큰 상징적 의미는 기독교의 경전인 성경에 나와 잇는 속죄양(贖罪羊)이다.
서양에서는 사람이 죄를 지었을 때 징벌을 받지 않기 위해 신에게 양을 대신 희생물로 바쳤으며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도 양은 제사용으로 쓰였다.
양은 또한 정직과 정의의 상징이기도 하다. 타고난 천성이 착한 탓에 해로움을 끼칠 줄도 모르고 오직 희생의 제물로 사용되는 양들은 우리 민족사에 비견되기도 한다.
구한말 지사(志士)의 함 사람이었던 김종학 선생은 “흰빛을 좋아하는 우리 선조들은 심약하기 이를 데 없는 산양 떼를 빼어 닮아 오직 인내와 순종으로 주어진 운명에 거역할 줄 모르고 남으로 남으로 강자에게 쫓기어 더 갈 수 없는 곳까지 밀려왔건만 동서의 강자들은 또다시 이빨을 가니 슬프다 양떼들이여!” 라고 외치기도 했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양이 등장하는 일화로 태조 이성계의 꿈이 있다.
초야에 묻혀 지내던 이성계가 양을 잡으려는데 왕의 뿔과 꼬리가 몽땅 떨어지는 꿈을 꾸었다. 꿈 이야기를 듣고 무학대사는 이렇게 해석했다. “양(羊)’이라는 한자에서 양의 뿔과 꼬리가 떨어져나가면 ‘왕(王)’자만 남게 되니 임금이 된다”는 뜻이니 아주 길몽이라고 한 것이다.
후에 이성계는 무학대사가 해석한대로 조선을 건국한 태조가 됐던 것이다. 양(羊)은 글자 형태로는 ‘상(祥)’, 음으로는 ‘양(陽)’과 서로 통하여 길상의 의미로 일직부터 한국문화 속에 등장하기도 했다.
따라서 양에 관한 유물은 여러 방면에서 발견된다. 무덤을 지키는 수호신의 의미도 강하고 한편으로는 장식품의 문양으로서도 주목 받는 동물이기도 하다.
또한 역사속의 을미년을 살펴보면 ‘을미사변’을 들 수 있을 것이다.
1895년 (고종 32) 일본공사 이우라 고로가 주동이 되어 명성왕후를 시해한 사건이다. 이 해 10월 8일 새벽 일본인 자객들은 서대문을 거쳐 우범선·이두황이 지휘한 조선 훈련대와 합류해 광화문을 통과하여 한 나라의 국모를 처참하게 살해했던 것이다.
이 해에는 유독 역사적 사건이 많았다.
명성황후시해사건과 단발령에 격분한 유생들이 친일내각의 타도와 일본세력의 구축을 목표로 항일의병을 일으킨 해이기도 하다. 또한 을미사변은 신변의 위협을 느낀 고종과 왕세자가 1896년 2월 11일부터 약 1년간 조선의 왕궁을 떠나 러시아공관으로 옮겨 거처한 아관파천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보면 역사 속 을미년은 지난 해 영화 ‘명량’돌풍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 기록된 1692년 임진왜란기간에도 속하는데 이 해를 자세하게 기록한 ‘을미일기’가 지난 2007년 새로 발굴되기도 했다.
양은 십이지 중 여덟 번째 동물로 순하고 평화로움의 상징이기도 하다. 성격이 온화해 무리지어 살지만 다툼이 없고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양을 어질고 착하며 참을성 있는 동물, 평화와 희생을 상징하는 동물로 여겼다.
신령스러운 푸른빛의 양들이 푸른 초장에서 여유롭게 풀을 뜯으며 뛰노는 동세로써 새로운 역사발전의 대단원의 막을 올릴 것이다. 경제계는 지난 날 애써 뿌려놓은 핵심가치의 씨앗이 오랜 저성장의 기조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희망의 돌파구를 마련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정치계는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국민적 의식개혁이 풀뿌리 민주주의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었으면 한다.
우리주변의 복잡한 국제정세는 복합적 요인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제 질서의 세력 균형 변화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되는 위기를 맞고 있지만 위기를 기회로 돌파하는 국민의 저력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역사는 인간이 만들어가는 삶의 발자취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015년 1월 첫날부터 우리 지방에는 함박눈이 내려 새해의 출발을 축복해주었다.
행복한 한해를 시작해야겠다.
김 철 수
아동문학가
美솔로몬대학교한국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