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의 중요 문서가 인터넷에 버젓이 나도는 사태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21일 국내 원자력발전소의 도면과 매뉴얼 등 한국수력원자력의 내부 문서가 또다시 인터넷에 공개됐다.
지난 15일부터 4번째다.
이번에 공개한 4개의 압축파일 자료는 고리 2호기와 월성 1호기 관련 내부 문서 등이다. 고리 2호기는 공조기와 냉각시스템 도면, 월성 1호기는 밸브 도면이다.
또한 고리 1,3호기, 월성 2호기를 크리스마스부터 가동 중단하지 않으면 자료 전부를 공개하고 2차 파괴를 실행할 수 있다고 경고까지 했다.
‘Who am I’라는 아이디의 블로거가 자신을 ‘원전반대그룹 한국지부장’이라며 지난 15일 네이버 블로그에 원전 공격 메시지를 남겼다.
문제의 블로거는 17일 한수원 전·현직 직원 1만799명의 개인정보를 공개했고, 다음날인 18일엔 원전의 배관 설치도와 주요 기기 계통도, 제어프로그램 해설서 등을 올렸다. 한수원은 그제야 해당 블로그 폐쇄를 요청하고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비리와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던 원전이 보안망까지 뚫린 셈이어서 충격을 준다.
원전은 테러에 노출되면 엄청난 재앙을 초래하는 1급 국가보안시설이다. 국가 기간망을 마비시키고, 국민 생명의 안전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이런 핵심시설의 보안망이 이런 식으로 뚫렸으니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한수원이 국가 핵심 보안시설을 관리할 능력이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한수원의 대응은 한심하다. 한수원이 포털사이트 운영업체에 요청해 문제의 블로그를 폐쇄하기까지 이틀 이상이 걸렸다고 한다.
이틀이 넘는 동안 국가핵심시설의 보안 자료는 전 세계에 공개되었다. 유출된 자료가 범죄 집단이나 북한으로 넘어가지 않았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해킹범으로 추정되는 세력은 다음에는 원전 제어시스템을 파괴하겠다고 2차 공격까지 예고했다.
그런데도 한수원은 유출 자료가 기밀문서가 아니고, 해킹인지 내부직원의 소행인지 확실치 않다는 답변만 되풀이한다. 이번에 유출된 ‘월성 1호기 감속재 계통 ISO 도면’ 등은 핵심 자료여서 문제가 심각할 수도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도 제기된다. 자칫 한국처럼 중수로 원전을 운영하는 경쟁국에 운전도면이 빠져나가 국가적 손실을 입힐 수도 있다.
한수원의 허술한 보안관리는 이뿐이 아니다. 원전 내 컴퓨터의 비밀번호를 설정하지 않거나 허가받지 않은 USB를 무단으로 사용하다 자체 점검에서 적발됐을 정도다. 지난달에는 원전 직원 19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협력업체에 넘어간 사실도 드러났다. CCTV의 77%는 잦은 고장으로 멈춰서기 일쑤다. 총체적 보안 부실이 따로 없다.
원전 보안은 국가 존망과 관계되는 중대한 사안이다. 정부는 이번 정보 유출의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진상을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 한수원의 부실 관리에는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그렇잖아도 원전 비리의 온상으로 불려온 한수원이다.
부실 자재, 허위 납품에 이어 보안 부실까지 한수원에 대한 국민 실망은 한계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