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구조함인 통영함의 납품 비리와 관련해 감사원이 17일 황기철 해군참모총장의 인사 조처를 국방부에 요구했다. 방산업무를 태만히 한 사실이 드러나 인사자료로 활용하도록 권고한 것이다.
현직 해군참모총장이 방산비리와 관련해 인사 조치가 통보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황 총장은 국방부 조치를 기다리지 말고 당장 물러나는 게 옳다.
통영함의 엉터리 음파탐지기 구매는 엽기적인 방산비리다. 납품 비리 가담 사실이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국민 불안을 야기하고 군 명예를 떨어뜨린 엄중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이런 불미스러운 경력을 안은 채 군 통솔의 영이 설 리 없다.
감사원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방위사업 비리가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보여주는 모델과 같다.
1590억원을 쏟아부은 통영함은 천안함 사건 이후 만들어져 2012년 진수식을 했으나 정작 필요했던 올봄 세월호 사건 때 전혀 역할을 하지 못하고 2년째 전력화가 지연됐다. 2억원대인 1970년대의 구형 음파탐지기를 무려 41억원에 납품받은 ‘부실·비리 함정’이었기 때문이다.
브로커인 김아무개 전 대령은 해군사관학교 32기인 황 총장의 3기 선배였다. 통영함 사업 담당자였던 최아무개 중령과 상관인 오아무개 전 대령, 후임자인 최아무개 중령과 황아무개 대령 등도 모두 해사 선후배였다.
이들은 납품업체에 유리하게 서류를 조작하고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었다.
황 총장은 감사 과정에서 기술적 문제를 일일이 알 수 없고 일부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황 총장의 36년 해군 복무 경력을 고려하면 납득할 수 없다는 감사원의 반박이 더 설득력 있다.
황 총장의 태도는 부하 직원의 비리에 놀아나 수천억원짜리 장비를 무용지물로 만든 책임자로서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이번 일은 ‘군피아’ 가운데서도 가장 끈끈하다는 사관학교 출신들의 부패 사슬이 군 수뇌부까지 닿아 있음을 다시 확인해 준다.
정부가 거액의 국방비를 투입해 전력 증강을 꾀하지만 실효성이 떨어지는 데는 이런 비리 구조가 한몫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정부는 지난달 하순 대규모의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을 출범시킨 바 있다.
하지만 벌써 비리 구조의 몸통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은 ‘방위사업 비리는 안보 누수를 가져오는 이적 행위’라고 했다. 그 말이 신뢰를 주려면 이번 사안부터 제대로 처리해야 한다.
통영함이 제대로 성능을 발휘하려면 500억원이 더 들어가야 한다.
일부 부패하고 무능한 군인들 때문에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방산 비리는 이적행위를 넘어 반역행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