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H몰·롯데닷컴·CJ몰 등 국내 대형 인터넷 쇼핑몰 10곳이 지난 12일 함께 진행한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할인 행사를 둘러싸고 소비자들의 불만이 들끓고 있다. ‘미끼 상품’을 내세워 사실상 소비자들을 우롱했다는 것이다.
미국 유통업계의 최대 할인 행사인 ‘블랙 프라이데이’를 본뜬 이 행사는 시작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
블랙 프라이데이는 미국에서 추수감사절(11월 넷째 주 목요일) 다음 날인 금요일로, 연중 최대 할인 행사가 이뤄지는 날이다.
이날부터 연말까지 미국 유통업체들은 50∼90% 할인 상품을 대거 방출하기 때문에 미국인들은 1년간 찍어두었던 제품을 이때 장만할 정도다.
인터넷 쇼핑 업체들은 행사를 앞두고 ‘대한민국이 반값 되는 날’이라며 크게 홍보했다. 인기 상품을 최대 70%까지 할인 판매하겠다며 소비자들을 유혹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반값 할인’은 소비자를 끌어오기 위한 ‘미끼’에 불과했다.
아이폰 6는 88대, 캐나다구스 패딩은 36벌, 루이뷔통 클러치백은 10개 등 소비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상품의 판매 수량이 너무 적었기 때문이다.
이 제품들은 행사 시작 1~2분 만에 동났다. 소비자들이 “속았다”고 불만을 터뜨릴 만하다.
매시간 선착순으로 3000명에게 지급한 ‘50% 할인 쿠폰’도 최대 할인 한도가 1만원에 지나지 않았다.
이 쿠폰을 사용하면 상품을 절반값에 살 수 있는 것처럼 소비자들을 속인 뒤 실제로는 최대 1만원만 깎아준 것이다.
업체들이 ‘특가(特價) 상품’이라는 딱지를 붙여 파격적으로 값을 내린 것처럼 선전한 상품 중에는 인터넷 최저가보다 비싼 경우도 있었다.
그럼에도 행사 후 해당 업체들은 자랑만 늘어놓았다. 거래액이 당초 예상한 1000억원을 훨씬 넘는 1500억원이라며 성공작이었다고 자평했다.
소비자 불편·불만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었다.
해외 브랜드 제품의 국내 가격이 외국보다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것이 국내 소비자들이 오랜 불만이다.
그래서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 접속해 직접 구입하는 ‘해외 직구(직접 구매)’ 규모가 2012년 7900억원에서 올해 2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급증하고 있다.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연 것은 해외로 빠져나가는 국내 고객을 다시 잡기 위해서다.
내년에도 코리아 블랙 프라이데이를 열겠다지만 두 번 속을 소비자는 없을 것이다.
얄팍한 상술(商術)로 오히려 소비자들의 배신감만 더 커졌다. 소비자들 사이에 해외 직구 바람이 그토록 거세게 불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런 사기성 행사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해외 대형 유통업체들과 경쟁해 살아남으려면 각성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