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거세게 불어오는 바람이 더 무서운 파괴력을 가지기도 한다.
한국에 토네이도 같은 무서운 바람은 아직 없다. 그러나 토네이도 비슷한 광풍 바람이 몇 차래 불었고 지금도 불고 있다.
1300만 관객을 동원한 ‘명랑’ 영화가 그랬고 ‘허니버터칩’이 그렇다.
명랑영화를 관람한 상당수 관객 중에는 남이 봤다니 나도 뒤 처지 않게 봐줘야지 하는 심리가 깔려있다.
명랑을 보고 싶어서 봤다거나 허니버터칩을 먹고 싶어서 먹었다면 구지 광풍이라는 폭력적인 언어로 몰아붙여서도 안 된다.
허니버터칩은 출시 석 달 만에 매출 136억이라는 구매 실적을 올렸다.
제과 업계는 나비효과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에 놀란다. 이렇게 유명세를 치르는 과자는 보다 보다 처음이다. 중동이나 북한에서 까지 인기라는 초코파이도 누려보지 못한 열기다.
몇 해 전 반짝 인기 있었던 ‘꼬꼬면’도 그렇다. 유명 연예인이 개발하였다는 소문에 힘입었지만 열풍과 신드롬의 결과로 끝나고 말았다.
요즘 식품코너에 가면 꼬꼬면은 다른 면류에 비하여 인기도 없고 가격도 기존의 제품에 비하여 저렴하다.
꼬꼬면이 맛으로 지속적 사랑을 받았다면 반짝이라는 말도 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치룬 월드컵의 응원도 신문선 교수는 광풍이라고 논평하였다가 해설을 중단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결과론적으로 신문선해설위원의 표현은 틀린 말도 아니다.
요즘 우스개 소리로 가장 어려운 것은 ‘아이맥스에 인터스텔라를 보면서 허니버터칩을 먹는 것’이라 한다. 천만관객을 눈앞에 둔 인터스텔라도 완성도 면에서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
남들이 많이 보니 재미있고 남들이 맛있다고 하니 맛있다는 결론이다.
최근 대한항공 재벌 3세 전 조부사장의 비행기 땅콩리턴 사건, 마카다미아도 한 몫 한다. 지금시중엔 마카다미아가 동이 났다고 한다. 정윤회의 국정 농단으로 일컫는 십상시(十常侍)가 회동했다는 중식당이 대 성황을 이룬다고 한다.
결국 우리가 원한 건 열광인 것 같다.
열광에 쏠리고 인증이 필요한 것이다.
마치 열광의 중심에 들어가지 못하면 여의도가 땅콩 밭일 때, 땅을 사지 못한 부모세대의 억울함 같은 것이다. 이것을 우리는 광풍이나 쏠림현상이라고도 한다.
시소에서 한쪽으로 너무 쏠리면 한쪽은 허무하게 주저 않고 만다.
출판계도 마찬가지다. 출판사에서 사재기로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리면 독자는 쏠림에 편승하게 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책 판매량을 늘려 베스트셀러로 둔갑시키면 일정량의 판매는 보장된다.
광풍 현상에 편승한 출판사의 그릇된 인식이다.
황석영 소설가는 뒤늦게 사재기를 알고 출판사에 항의하는 모습도 보였다.
군사정권시절 판매 금지된 책이 은밀하게 지하에서 수 만권이 팔린 것을 기억한다. 법정스님이 임종시 유언으로 ‘무소유’를 더 이상 판매하지 말라하였다.
왠걸, 중고서점에서 씨를 말리는 현상이 벌어졌다.
사재기 출판물이 스타디셀러로 지속적인 열광을 받은 경우는 드물다.
최근에 사재기 근절에 다각적인 노력이 경주되고 있다. 형사 처벌은 물론 고발할 경우 포상금(최고 200만원)지급하는 제도까지 도입하였다.
본 사람이 있으면 보지 못한 사람도 있다. 먹어 본 사람과 먹어보지 못한 사람으로 나뉜다.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요즘 종편은 특정 이슈에 쏠림현상, 광풍의 주역이다. 사소한 사건을 부풀리다보면 크지 않는 나라의 여론은 순식간에 토네이도가 된다.
친구의 전화다. 떠도는 십상시의 회동장소, 청요리집에서 맑은 우동한번 먹어 보자고. 광풍은 객기다.
최 창 일
시인·한국문인협회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