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정윤희 국정개입 보고서’ 사건이 우후죽순처럼 청와대와 김기훈 비서실장,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내 여러 의혹들을 양산해 내면서 느닷없이 찌라시와 진돗개가 등장하여 말꾼들이 재미 있어하는 세상이 얄궂다면 얄궂다.
세계일보가 ‘정윤희 국정 개입보고서를 보도한 직후 청와대 이재만 비서관 등이 세계일보와 기자 6명을 명예 훼손혐의로 고소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12월 7일 처음으로 이에대해 입을 열어 “찌라시에 나오는 얘기들에 나라 전체가 흔들리는건 정말 대한민국이 부끄러운일”이라 했다.
야당이 청와대내 국정농단이라고 지적한 근원인 이른바 박관천 청와대 공직기강 비서관실 행정관(경정)이 작성한 보고서를 찌라시 정도로 폄하하여 우습잖은 일로 돌리려 한 것이다.
이 찌라시가 정치권에 비중있게 등장한 것은 김무성 현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2012년 대선 닷새권 부산유세에서 노무현 전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때 엔엘엘(NLL)포기 발언을 했다는 내용의 쪽지를 울먹이면서 읽은 바 있다.
이것이 대화록 유출 활용 의혹으로 번지자 김 대표는 “대선당시 보고 받은 찌라시 내용을 검토한 결과 근거가 있다고 판단해 발언했다”고 해명했다
“근거가 있다”고 판단한 이 찌라시는 출처가 어디인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박대통령이“근거없다”고 거듭 강조한 찌라시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 비서관실에서 작성 됐다.
여기서 우리는 문건에 대한 이중잣대에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정윤회 국정 개입의혹 사건의 경우 내가 하면 로멘스식 대응논리이고 지난 대선에선 찌라시를 활용해놓고 이번 사건에선 ‘루머수준’으로 폄하하는 발언을 그것도 국가권력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께서 검찰수사 초반에 입장을 밝히다 보니 야당은 청와대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공한 것으로 이러고서야 제대로된 수사를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식의 항의다.
새정치연합 우윤근의원은 국회법 위에서 정윤희 문건에 대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생산해 낸 공식문서냐, 아니면 찌라시(증권가 정보지)냐고 묻자 황 법무는 이제 막 수사가 시작되어 지금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대답했다.
비선실세 의혹에 대해 박대통령은“찌라시에 나오는 이야기”라고 했고 또 최근엔 “실세는 진돗개”라고 일축했다.
왜 찌라시에 이어 느닷없이 진돗개가 등장해 또 무슨 진돗개 작전인가 했더니 이는 청와대 관저입구에 있는 두 진돗개 새롬이와 희망이가 낯선이에게는 짖어도 관저를 자주 드나드는 실세에게는 꼬리를 흔든다는 이른바 ‘실세 인증견’이라는 농담에서 비롯됐다.
박 대통령은 언젠가 업무보고 자리에서도 이 진돗개를 인용했다.
“진돗개가 한번물면 살점이 완전히 뜯어져 나갈때까지 안놓는다고 해요. 우리는 진돗개 정신으로 하여튼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야 합니다”라고 말해 대통령는 복종을 다하는 진돗개가 마음에 쏙 드는 모양이라 했다.
개가 유달리 주인 눈치를 본다는 점은 연구결과로도 확인되었다 한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의 가디언 래크먼은 처칠이나 링컨 등 민주적 지도자들이 고양이 애호가였던 반면, 히틀러와 서태후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과 엘리자베스1세, 프랑스의 태양왕 루이14세 등 절대권력자의 상당수가 애견가였다는 재미있는 통계를 내놓기도 했다.
대통령 말고도 비선실세라 일컬어지는 정윤희 씨는 한 인터뷰에서“대통령에게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일부러(토끼사냥뒤 쓸모없어져 삶아지는 신세인 토사구팽)의 사냥개가 돼 스스로 숨어지냈는데, 이제는 진돗개가 돼야겠다”고 말했다.
문건의 진실은 60% 이상이라고 당당히 증언했던 반대편의 조웅천전 청와대 공직기강 비서관은 자신을 “워치도그(감시견)”이라고 설명했다.
찌라시에서 진돗개 이야기까지 세상이 어수선한 것은 집권층의 권의주의로 말미암은 일방통행과 국민과의 소통부재에 지나친 월권들이 이유가 아닌가 한다.
대통령이 국가 원수라고 하지만 이는 외교 국방분야에서 그리할뿐 국내정치에서 대통령과 여당은 결코 상하관계가 아니다.
그럼에도 지난 7일 청와대 오찬을 통한 흘러나오는 지도부의 발언을 보면 입법부의 다수당 지도부가 대통령 신하가 되길 자처하는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라는 표현이 있다.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자,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한몸이라는 아부성 발언이나 판을칠 뿐, 국민의 관심이 쏠린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과 청와대 운영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이 1990년대에 사라진 대통령각하라는 칭호가 여당 원내대표 입에서 스스럼없이 쓰이며 대통령의 ‘청와대 실세는 진돗개’라는 말로 박장대소하고 끝났다니 당지도부가 대통령의 애완견이라 불려지지나 않을까 우려 된다.
김 요 한
시인·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