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며 배럴당 60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미국의 ‘셰일가스 혁명’ 이후 주요 산유국들이 국제 원유시장에서 주도권 다툼을 벌이면서 공급과잉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아시아 고객들을 상대로 원유 할인판매에 나서면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사우디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단합을 통한 유가 방어보다 자국의 석유시장 점유율 유지를 더 중시하는 입장이다.
‘세계의 공장’ 중국의 경기 둔화와 유럽·일본의 만성적 내수 부진이 겹치면서 디플레이션 공포가 커진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유가 급락의 쓰나미는 가공할 만하다. 산업계는 물론 금융 재정 정치 외교 안보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 있다.
우선 공급자 시장의 대격변이 눈에 띈다.
산유국과 석유 메이저들이 직접 타격을 받고 있다. 유가가 떨어지면서 당장 석유 메이저들 간 M&A 풍문이 들려온다. 일부 메이저들은 대형 유전 개발계획을 취소하고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한때 메이저라고 불렸던 강자들의 위신이 추풍낙엽이다.
산유국들도 마찬가지다.
세계 석유 공급의 40%를 감당하는 OPEC 국가들은 유가 하락으로 국가경제 계획을 다시 짜는 등 비상상황에 돌입했다. 여기에다 미국이 셰일오일 생산을 급속히 늘리고 있어 앞으로 세계 석유시장은 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OPEC 합의 실패 이후 러시아는 물론이고 베네수엘라나 나이지리아 말레이시아 등 모든 산유국들의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루블화가 폭락하면서 국가 부도설까지 나도는 상황이다.
심지어 경제가 튼튼한 노르웨이마저 크로네 가치가 최근 3개월 만에 10%가량 떨어졌다. 물론 이들 산유국의 재정은 쑥대밭이다.
말레이시아는 재정수익의 20%가 줄어들었다. 이란은 종교재단에까지 세금을 매기는 극약처방을 쓰고 있다. 이런 와중에 사우디아라비아는 내년 1월분 자국산 아라비안 라이트의 가격을 2달러 할인하겠다며 불을 지르고 있다.
석유시장 독점은 무너졌다.
유가는 이제 시장의 결정에 맡겨진 상황이다. 생산자 간 효율성을 놓고 혈투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당장 실보다 득이 많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유가하락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게 되면서 그 후폭풍이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면밀히 대비해야 한다. ‘오일 머니’로 조성된 산유국들의 국부펀드가 위축되거나 철수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에 일대 격변이 예고되고 있다.
비단 금융시장의 변동만은 아니다. 저유가로 인해 미국 중앙은행의 금리정책에서부터 이란 핵 협상에 이르기까지 모든 국제정세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여파가 우리 경제에 어떤 파급 효과를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대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