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직구가 소비의 국경을 무너뜨리고 있다.
‘유통의 탈국경화’가 확산되면서 그 영향력이 직구 폭증으로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한 주간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를 뜨겁게 달군 한 축이 한국 소비자들이었다는 사실은 직구가 소비의 국경을 무너뜨린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이제 직구는 특정 제품을 선호하는 젊은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상적인 쇼핑문화가 되고 있다.
국내 소비자의 직구 금액은 지난해 1조1000억원에서 올해 2조원이 넘을 만큼 급성장하고 있다. 반면 외국 소비자들이 국내 제품을 구입하는 역직구는 지난해 3700억원에 그쳤다.
적자를 내던 상점이 흑자로 돌아선다고 ‘검은 금요일’로 불린다. 미국 상점이 흑자를 내는 데 한국 소비자가 일등 공신이 된 셈이다.
직구와 역직구 규모가 이렇게 차이가 난다는 것은 우리 돈이 그만큼 해외로 많이 빠져나가는 동시에 국내 산업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의미다.
직구열풍은 블랙 프라이데이로 끝난 게 아니다. 이는 연말 할인 이벤트의 시작이다. 12월1일은 사이버 먼데이다. 블랙 프라이데이보다 가격 할인폭이 큰 곳도 많다. 크리스마스부터는 또 할인행사가 있다. 26일은 선물을 교환하는 복싱데이다.
직구족에게는 값싸게 물건을 살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외국 유통업체는 한국 직구족을 겨냥해 한국어 안내문까지 내걸 정도다.
같은 물건을 턱없이 비싸게 사는 데 질린 한국 소비자 잡기에 나선 것이다.
문제는 해외 직구 급증이 국부 유출은 물론 가뜩이나 가라앉고 있는 내수 침체를 더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타개하려면 외국인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역(逆)직구’를 크게 늘릴 필요가 있다. 한류 열풍과 한국 물건 선호도가 높은 중국·동남아를 우선 목표로 삼아야 한다.
지난해 중국의 해외 직구 규모는 약 27조원에 달했고 매년 두 배씩 늘어나고 있다. 역직구가 얼마든지 국내 소비의 효자 노릇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제대로 된 중국어 안내문을 볼 수 없고 일부 상품은 중국 세관에 걸려 통관이 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쌓이는 중이다.
금융 부문을 중심으로 한 규제를 시급히 풀어 외국에서 인터넷으로 국내 제품을 쉽게 살 수 있도록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한다.
‘천송이 코트’ 논란 이후 해외 결제 시스템 간소화 및 편의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음에도 정부는 여전히 ‘검토 중’이란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해외 유명 제품의 병행수입을 크게 확대해 국내 소비자의 선택권도 넓혀야 한다. 가전제품, 자동차 등 직구대상 품목의 국내 판매가격을 내려야 한다. 국산 제품을 외국에서 사는 게 훨씬 더 싸다면 이는 국내 소비자를 우롱하는 짓이다.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직구열풍은 계속될 것이고, 이로 인한 국부유출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