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정원이 있습니까’ 도시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 중에는 질문에 “있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실용적인 기능 뿐 아니라 심미적 감상기능과 더 나아가 정원을 거니는 동안 지친 마음이 편안하게 되고, 우리의 정신이 고양되고 마치 이상향을 소유한 것 같은 만족감을 줄 수 있는, 그런 멋진 정원을 갖고 있는 사람은 더욱 드물 것이다.
지방 자치제가 생기면서 예술의 전당이나 시립미술관, 도서관이 속속 생기면서 일부에서는 재정 낭비라는 비난도 나오는 것을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비난보다 더 큰 소유의 정원이 개개인에게 생겨났다.
지역에 생기는 문화의 전당은 우리 국민에게 만남의 광장이 되고 쉼터가 되고 있다.
목포시립교향단은 올해 네차래 연주회를 열었다.
지난 20일 목포 시민문화회관에서 열린 올해 마지막 정기연주회 레퍼토리는 모차르트의 ‘마술피리’서곡과 바순 협주곡, 베토벤의 교향곡6번 ‘전원’이었다.
최영철 지휘에 오스트리아에서 활동한 강희선이 바순 협주자로 나섰다.
음악 애호가는 물론 클래식음악에 막 눈을 떠가는 관객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다. 티켓값은 어른 5000원 청소년 3000원으로 영화 관람료보다 훨씬 쌌다.
지난 7일에는 광주예술회관에서 임원식 시인과 김진우 작곡가가 ‘가곡으로 만나는 시간여행’이라는 주제로 신작 가곡의 발표회를 가졌다.
대략 3000만원의 제작비를 들이고 20여곡으로 우수한 성악가가 2시간에 걸쳐 공연된 입장료는 무료였다.
내노라 한 국내 정상의 성악가 김성은, 김정연, 추희연, 장유상, 김영복 과 피아노에 엄은경이 출연하였다.
중간 중간에는 시인들이 임원식 시인의 시를 낭송하는 순서도 있었다.
한해가 마무리되는 가을의 끝자락에 도심 속 문화공간에서 수준 높은 마음의 정원을 거니는 시간이 되었다.
주변에 열린 공원을 걷는 것은 실용적인 공원을 걷는 것이고 음악회나 미술관을 통하여 정신을 살찌우는 것은 심미적 정원을 걷는 것이 아니겠는가.
나에게 정원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자신 있게 ‘정원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 현실이다.
가슴속에 만권의 책이 있고, 눈으로는 전시되는 명전을 두루 보며, 귀로는 아름다운 선율을 들을 수 있는 것은 우리들이 정보를 눈여겨 살피는 노력만 있다면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소요유는 얽매임 없이 여유로운 것을 의미하는 소요(逍遙)하다와 유(遊)를 한단어로 결합한 장자에 만들어진 개념이다.
영혼의 정화와 정신의 해방은 주변의 문화공간을 이용하는데서 도의를 체득하고 유희들에 동참하며 정신의 공원을 거니는 것이다.
전시장이나 공연장을 찾아 감상하는 것은 작가들의 평생에 걸친 내공을 한순간에 내 것으로 만드는 유희들에 동참하며 작가의 다양한 상상력과 감성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유유히 헤엄치는 것이다.
최 창 일
시인·한국문인협회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