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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종이랑 유미랑
작성 : 2014년 11월 25일(화) 17:18 가+가-
'보기에 좋았느니라’는 성경 구절이 있었던가. 알콩달콩 살아가는 모습이 너무도 보기 좋아 한 약속이다. 마땅한 글 쓸거리에 전전하는 내가 이웃 부부를 소재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건 한참이지만 망설이던 차, 흔쾌한 승낙이 흡사 꼬불쳐 둔 비상금처럼 든든했다. 언덕에 자리한 동화처럼 작은 집의 꽃 화분 즐비한 입구에 하트모양 나무 명패가 걸렸다.
그 곳에 예쁜 글씨체로 나란히 적힌 두 사람의 이름이 볼 때마다 훈훈하게 다가왔다.
금슬 좋은 한 쌍의 모습으로 ‘밭가는 초동(樵童)과 베 짜는 처녀’ 커플만큼 인 게 또 있을까. 학교 선생님인 길종 씨는 집에 돌아오기 무섭게 장화와 삽을 든 초부(樵夫)로 탈바꿈한다.
유치원 선생님인 그의 아내 유미 씨의 특기는 헝겊에 색색의 물들이기, 그러니까 천연염색에 뛰어난 솜씨꾼이니 길쌈하는 아내다. 틈을 내 함께 인문학 강좌를 들으러 다니고 어린 시절 꿈이었던 문학의 꿈을 위해 일주일에 하루를 기꺼이 비워두는 부부다. 그 뿐인가.
주말마다 도회 생활에 지친 사람들을 초대해 팔을 걷어 부치고 시골살이의 진수를 맛보인다.
또한 길종 씨는 사랑하는 유미 씨를 위한 특별한 별미를 꿈꾸며 요리강좌에도 열심이니 은근히 모락거리는 질투심에 부럽다가 연발로 터질 수 밖에다.
결혼식이 있던 지난 토요일이다.
교회에서 예배 형식으로 진행되는 예식인지라 주례는 당연히 그 교회의 수장(首長)이신 담임 목사님이 맡았다.
권위를 잔뜩 담은 목소리로 주례사를 하시는데 가벼운 당부나 푸짐한 덕담이 아니었다. 훈계조 일색의 지루한 말씀들로 아직은 오십 끄트머리에 걸린 내 나이 탓인가. 여전히 이순(耳順)하지 않는 내 귀에 덜컥, 덜컥 거슬리는 대목이 적지 않았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아니,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상대가 병들 때나….’ 혼인서약의 단골이던 ‘때나’ 멘트를 신랑신부에게 엄숙히 물으면 신랑은 우렁차게, 신부는 다소곳이 “예”라던 간단명료한 문답의례가 아니었다.
장소가 장소인지라 미리 작성된 듯한 ‘평생토록 주님께 충성하는 가정을 꾸리겠다’는 대목은 그렇다 치자.
‘나는 끝까지 아내를 지켜주겠노라’는 신랑의 평생 파수군 자처의 문구도 구태의연했지만 ‘남편에게 절대복종, 시부모님께 절대순종’이라는 구절 등등, 신랑 신부로 하여금 일말의 거부감도 없이 읽어 내려가게 강요한 구시대적인 문구들 범벅인 혼인서약서라니.
‘이날 이후부턴 더더욱 꼬옥 손잡으며, 가능하면 매사를 나란한 시선으로 쳐다보기 위해 끊임없이 조율하며 서로 마주볼 때마다 따뜻하고 정겨운 미소가 오가는 그런 부부가 되겠습니다.’ 차라리 이런 문구의 서약문을 읽게 하면 어땠을까.
또 다른 한 쌍의 이야기다.
그의 아내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지만 심각한 환자였다. 그녀는 자신의 일과 인간관계, 그리고 자식들 문제로 극심한 신경쇠약에 시달렸다. 아내의 몸은 계속 말라갔고 무려 13kg이 빠져 마침내 40kg에 불과했다.
결혼 초 그토록 아름다웠던 아내, 그러나 그녀의 아름다움은 그녀를 떠나갔고 그런 자신을 그녀 자신조차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이혼을 생각하기에 이르렀고, 부부에게 희망은 없는 것 같아 보였다. 남편은 문득 뭔가 다른 시도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과 결혼했고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을 수 있도록 허락된 유일한 남자였으니까. 꽃다발을 선물하고 틈만 나면 안아주며, 찬찬히 아내의 눈을 바라보면서 그녀의 얘기에 귀를 기울여주었다.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아내 칭찬을 잊지 않았다.
그런 노력의 결과는 뜻밖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는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가 무엇보다 깊이 깨달은 것은 그에 대한 아내의 깊은 사랑이었다.
그는 모든 남편들에게 충고했다. ‘만약 당신이 먼저 미칠 정도로 아내를 사랑한다면 아내 역시도 당신을 그렇게 사랑해 줄 것’이라고.
요 근래는 아내 안젤리나 졸리가 감독하는 영화 ‘언 브로큰’의 촬영지에서 휴가 겸 자신의 영화 촬영을 병행하는 중이라던가.
전 세계 언론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세기적 커플, 브래트 피트와 졸리의 경험담이다. 떠들썩한 배우들의 사는 모습만 아리따울까.
고운 정취 어린 강변 마을, 요즘 들어 레드카펫처럼 바짝 붉어진 단풍이 오솔길을 뒤덮어 왕래할 때마다 탄성이 터지는 언덕배기에 날아든 털빛 고운 비둘기 한 쌍이랄까. 내 눈에 부신 회진리의 브래졸리 커플인 길종 씨와 유미 씨다.


김 현 임 작가·문화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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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dh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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