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자회사인 한전KDN이 새정치민주연합 전순옥 의원 등 여야 국회의원 4명에게 불법 정치후원금을 건넸다가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적발됐다.
전 의원이 국가기관에서 발주하는 소프트웨어 사업에 대기업은 참여할 수 없도록 하는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개정안을 2012년 11월 발의하자 한전KDN에 비상이 걸렸다.
직원 568명을 조직적으로 동원해 전 의원을 비롯한 여야 의원 각 2명에게 후원금을 몰아주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따르면 의원 한 사람에 995만~1816만원의 후원금이 돌아갔다.
수정안에는 ‘참여제한 기업에서 공공기관은 제외한다’는 내용이 담겼고,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입법로비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의원들이 로비를 받고 특정 공기업에 유리한 입법을 한 게 사실인지 지금 판단하긴 어렵다.
다만, 2010년 청목회 사건 이후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후원금 쪼개기’ 수사를 보면서, 언제까지 국회의원 입법활동의 정당성을 검찰·경찰의 판단에 맡겨둘 것인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의원에게 돈을 주고 입법로비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 돈이 사실상 세금이라는 점은 더 큰 문제다.
1인당 10만 원씩 낸 정치후원금을 직원들은 연말정산 세액공제로 돌려받았기 때문이다. 의원들은 입법권을 무기로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고 한전KDN은 회삿돈 한 푼 안 들이고 정치후원금 제도를 악용해 목적을 달성했다. 결국 국민 세금으로 입법 로비를 한 셈이다.
후원금 제도는 2002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대기업으로부터 현금을 실은 차를 통째로 넘겨받는 방식으로 불법 정치자금을 챙겨 ‘차떼기 당’이라는 오명을 얻자 대기업들의 정치자금 후원이 전면 금지됐다.
대안으로 나온 것이 소액 후원금에 대한 세제 혜택이다. 조세특례제한법은 개인이 기부한 정치자금에 대해 1년에 10만 원까지는 세액공제 혜택을 줘 연말정산 때 90%가량을 되돌려주고 있다.
의원들이 돈을 받고 그 대가로 입법을 했다면 정치자금법 위반이나 형법상 뇌물죄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익단체 회원들이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인에게 일정 규모의 정치자금을 내는 행위 자체는 합법이다. 의원들이 후원금과 별개로 소신에 따라 입법했다고 하면 그걸 처벌할 수도 없다.
‘후원금 쪼개기’ 수사의 딜레마가 여기에 있다. 미국처럼 로비스트를 합법화하면 논란이 사라지겠지만, 금권이 의회를 지배하는 상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숙고가 필요하다.
거의 모든 국회의원이 다양한 단체 회원들로부터 많든 적든 소액 후원금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니 검경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후원금 쪼개기’ 수사에 들어갈 수 있다. 소액 정치후원금 제도의 보완이 시급한 이유다.
국회는 입법활동의 정당성 여부를 수사기관 손에 맡겨놓지 말고 하루빨리 제도 보완에 나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