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 오류의 후폭풍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2015학년도 수능에서 또 사고가 터졌다. 난이도 조절 실패로 가뜩이나 수험생들을 혼란에 빠뜨렸는데 출제 오류까지 재발했으니 교육당국의 책임이 더 엄중해졌다.
수능이 치러진 지 나흘 만에 수험생들의 이의제기 신청건수만 1000여 건에 달할 정도다. 지난해 수능 세계지리의 8번 문항이 2심 판결까지 거쳐 오류로 판명된 뒤 오답 처리된 1만8884명의 성적을 재산정하고 이들을 구제하는 절차가 진행 중이어서 연이은 출제 오류 논란은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올해 수능에서는 두 문제가 출제 오류 논란에 휘말렸다.
영어 25번 문항은 퍼센트(%)와 퍼센트포인트(%P)를 구분하지 않고 출제해 명백한 오류로 지적된다.
과학탐구 영역의 생명과학Ⅱ 8번 문항도 관련 전문가들이 다른 답을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오류 논란을 피해갈 수 없다.
올 수능은 상위권 수험생들에게 변별력이 낮아 문제 오류가 확인될 경우 심각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교육 당국은 학회와 전문기관의 자문을 거쳐 신속하게 논란을 규명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
수능 일부 과목이 쉽게 출제되면서 일선 교육현장이 혼란에 빠져있는 것도 우려를 자아낸다. 교육당국이 사교육 부담을 덜겠다며 ‘쉬운 수능’을 고수한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긴 하지만, 난이도 조절에 실패하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정시를 준비했던 수험생들이 황급히 수시로 전환하고 논술학원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학력이 아니라 눈치와 전략이 대입의 성패를 가르게 됐다는 자조와 한숨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고교 3년간, 아니 그보다 장구한 세월에 걸쳐 준비한 입시를 단 한 번 시험에 맡기는 현행 방식은 너무 후진적이다.
시험 당일 컨디션이나 실수 여부가 인생을 결정지으니 탈락한 학생들이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고 재수·삼수로 몰린다. 입시열풍이 초등학교까지 역행하면서 고액 학원과 사교육 부담도 그만큼 일찍 시작되고 커지는 추세다. 언제까지 이렇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고비용 입시를 지속할 것인가.
수능의 모델이 된 미국 SAT는 미국 6000개 교육기관을 회원으로 둔 민간 비영리기관 칼리지보드(collegeboard)가 주관하고 미국교육평가원(ETS)이 시행한다.
출제 방식도 난이도 검증을 거친 문항들로 구성된 문제은행 방식으로 두 번이든 세 번이든 응시할 수 있다.
반면 우리는 출제기관인 평가원부터 교육부가 아닌 국무총리실 산하인 기형적 구조다. 대입과 수능 정책은 교육부가 관할하는데 수능 출제만 평가원이 담당하다 보니 시험 관리는 갈수록 엉망이고 ‘8억 파스타’ 같은 비리만 판친다.
‘물 수능’과 학력 저하의 근원인 EBS 교재 연계방식 역시 폐기해야 한다. 수능은 대학 수학 능력 측정이라는 시험 본래 목적에 부합해야 한다. SAT처럼 수능도 문제은행 방식으로 전환하고 시험 횟수도 늘려주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