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경남지사의 무상급식 예산편성 거부와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의 무상보육 재원 부족 선언으로 촉발된 무상복지 논쟁이 정치권 내 증세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이 증세론에 불을 붙이고 나섰다.
문 위원장은 지난 10일 “국회 예산심의 완료 전에 급식과 보육 예산 모두 적정 수준까지 반영되도록 여야가 증세에 합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새누리당 일각에서도 ‘증세 없는 복지’ 기조를 재검토하자는 얘기가 새삼 힘을 얻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장기적 관점에서 문 위원장의 제안은 검토할 만하다.
세상에 세금 없는 복지는 없다. 현재의 저부담·저복지 구조를 중부담·중복지 구조로 바꾸려면 돈이 든다.
다만 국민적 거부감을 의식해 당장은 부자증세부터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이 증세 타이밍으로 적합한지는 의문이다.
새누리당의 공식 입장은 지금은 증세를 거론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증세 없는 복지’ 공약을 수정하는 데 대한 부담도 부담이지만, 기업이든 가계든 워낙 경제 상황이 나빠 섣불리 증세를 추진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복지 구조조정이다. 그 출발점은 여야 정치인의 공동 반성문이 돼야 한다.
지난 몇 년간 정치권은 나랏돈이 무슨 화수분이라도 되는 양 무상복지 정책으로 유권자를 홀렸다.
증세안은 하자투성이 제품에 사후수리비까지 청구하는 격이다. 100% 무상급식이 어렵다면 소득 하위층만 지원하는 선별적 급식이 대안이다. 100% 무상보육이 불가능하다면 보조금을 줄이거나 소득 상위층을 제외하면 된다. 기초연금도 성역이 아니다. 돈이 없으면 형편에 맞게 조정할 수밖에 없다.
이참에 재정준칙도 확립해야 한다.
정치인·교육감들이 선심성 복지를 내놓기 전에 선재원·후복지의 페이고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초당적 복지특별위원회 설치도 검토할 만하다. 중립적 인사로 구성된 특위가 복지의 우선순위를 정해 정책을 건의하면 국회가 이를 입법에 반영하면 된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선거 때 야기된 무상세례에 대해 국민께 죄송하다”고 머리를 숙였다.
그러면서 여야가 함께 무상복지 해법을 찾자고 제안했다.
이게 올바른 태도다. 다짜고짜 증세 카드를 들이대는 것은 납세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시계추를 2년 전으로 돌려보자. 대선에 나선 박근혜·문재인 후보는 복지공약을 남발했다. 세출 구조조정, 지하경제 양성화, 비과세·감면 정비로 복지비를 충당한다던 현 정부의 공약 가계부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
이제 남은 건 증세 아니면 복지 구조조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