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들의 빚이 해마다 10조원씩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 가뜩이나 심각한 가계부채 부실 위험이 증폭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자영업자대출 잔액은 지난 10월 말 134조원이었다. 2010년 94조원, 2011년 104조원, 2012년 114조원, 2013년 124조원 등으로 매년 10조원씩 증가한 것이다.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건 오래됐지만 최근엔 빚까지 늘면서 상황이 더 나빠졌다. 경기가 바닥이라 장사가 안되는데 경쟁은 더 치열해지니 소득은 더 줄고 다시 돈을 빌려 쓰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빚을 내서 빚을 돌려 막으며 허덕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자영업자는 모두 537만명으로, 2009년보다 10% 이상 늘었다. 자영업자들의 월 매출액은 2010년 평균 990만원에서 지난해에는 평균 877만원으로 급감했다.
자영업 가구의 평균부채도 같은 기간 7,131만원에서 8,859만원으로 24%나 커졌다.
자영업자들 중 상당수는 가게운영자금 용도가 아니라 생계자금으로 빚을 쓰고 있다고 한다.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이 최근 크게 높아지고 있는 데서도 이를 알 수 있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주택담보대출로 먼저 사업자금을 대고 자본금이 바닥나거나 돈이 부족해지면 추가로 자영업 대출로 돈을 조달하는 경우가 많다.
자영업자의 빚은 적정 수준을 넘어서게 되면 한국 경제의 위기를 불러올 ‘시한폭탄’이 될 수 있지만, 뾰족한 대책은 없다는 게 문제다.
더구나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들이 퇴직한 뒤 생계형 창업에 뛰어들면서 자영업자 수는 앞으로 더 많이 늘어 경쟁이 치열해질 수 밖에 없다.
이미 우리나라 자영업자들은 선진국에 비해 너무 많다.
전체 취업자 가운데 자영업자 비중은 27%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16.5%)보다 월등히 높다.
더구나 너도나도 비슷한 영세업종에 너무 쉽게 뛰어든다.
치킨집이 대표적이다. 2002년 1만 2000개이던 치킨집이 지금은 3만 6000여개나 된다. 더구나 치킨집 100개 중 20개는 1년도 못 가서 문을 닫는다. 대부분 퇴직금에 빚을 더해 창업을 하는데, 장사가 안돼서 문을 닫으면 노년에 빈곤층으로 추락한다. 사회적인 문제다.
이런 와중에 은행들은 너도나도 자영업자대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미 과도한 가계부채가 위협 요인으로 대두되고 있는 마당에 자영업자대출마저 수그러들지 않는다면 우리 경제에 심각한 경고등이 켜질 수 있다.
정부는 지난 9월 폐업 후 재취업한 자영업자에게 6개월간 100만원을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자영업자 대책을 발표했다. 자영업자 보호에만 중점을 뒀던 그간 대책에 비해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여전히 충분치는 않다. 자영업자의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쪽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동시에 퇴직자들이 재취업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줘야 한다. 그래야 남아 있는 자영업자끼리의 경쟁도 줄고, 빚내는 자영업자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