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원로 의원 제기한 한일 형제론, 韓 침략 정당화 논리
에토 세이시로 의원 “일본이 한국의 형님”
한국이 동생이라는 일선동조론과 연결
식민통치 합리화하려는 왜곡된 한국사관
작성 : 2022년 08월 07일(일) 17:54 가+가-

일본 원로 의원이 한일 형제론을 제기한 가운데 이 발언은 이른바 일선동조론(日鮮同祖論)에 기원을 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우익이 주창해온 일선동조론은 한일을 형제 관계로 규정하면서 한반도 강점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활용됐다.
지난 5일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자민당 현역 의원인 에토 세이시로 전 중의원 부의장은 4일 자민당 모임에서 한일 관계에 대해 “한국은 어떻게 보면 형제국가다. 분명히 말하면 일본은 형님뻘”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과도 확실히 협조해, 한국을 잘 지켜보고 지도한다는 큰 도량으로 한일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일본 기자들이 발언의 진의를 묻자 에토 의원은 “우리나라는 과거 한국을 식민지로 만들었던 적이 있다. 그걸 생각할 때 일본은 한국에 대해 어떻게 보면 형뻘 되는 관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에토 의원은 또 “한일은 대등한 국가 아니냐”는 질문에 “일본 국민은 미일 관계를 대등하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마찬가지로 한국 국민도 한일 관계가 대등하지 않다고 본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나아가 그는 “경제력이나 전후 일본의 국제적 위상, 국제기관에서 지위 등 모든 면에서 한국보다 일본이 상위에 있다”고 발언했다.
에토 의원 발언을 놓고 일선동조론에 근거를 두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일선동조론이란 야마토 민족과 조선 민족이 같은 뿌리에서 나왔다는 이론이다. 동조동근론(同祖同根論)이라고도 한다. 일본이 형, 한국(조선)이 동생이라는 일본 우위적 사상이다. 이 이론은 일본이 한반도에서 벌인 식민지 침탈과 동화 정책, 황국신민화, 민족 말살 정책을 정당화하는 바탕이 됐다.
최혜주 전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교수는 ‘근대 일본의 한국사관과 역사왜곡’ 논문에서 “일본 에도 시대 한학자들인 국학자들은 조선에 대한 일본의 우월한 지위를 주장했다”며 “국학자들은 상고시대 일본의 신이나 천황이 조선을 지배하고 일본의 신이 조선의 신이나 왕이 됐으며 조선의 왕이나 귀족이 일본에 복속했다고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이어 “이런 조선관은 막부 말기부터 일어나 정한론(征韓論)의 논거가 됐고 메이지시대 이후 일본의 한국 지배를 합리화하는 유력한 지배 이념이 됐던 일선동조론을 낳게 했다”고 짚었다.
일선동조론은 한일 간 형제 관계를 강조했다.
최 교수는 “일선동조론은 신화 시대부터 두 나라가 형제 관계에 있었다는 밀접한 교류를 강조해 일제의 한반도 강점을 침략이 아닌 보호의 논리로 윤색시킨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리하여 병합을 상고시대의 상태로 돌아가게 하려는 것이라는 왜곡된 한국사상(韓國史象)을 만들어냈다”며 “식민 통치를 합리화하기 위해 만들어낸 왜곡된 한국사관은 그대로 한말의 개화기 교과서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일본 우익 역사가들은 한국이 일본의 동생이라는 표현을 이미 사용해왔다.
일본의 재야 역사가인 요시다 도고는 1893년 ‘일한고사단’이라는 일선동조론의 원형이 된 저서에서 “반도 도종(島種, 신라)의 언어, 가자(假字), 체상풍의(體相風儀)가 일본과 비슷하기 때문에 일본과 동종(同種)임을 나타낸다”며 “따라서 일본의 소제(少弟, 나이 어린 동생)인 조선이 망하지 않도록 반도의 독립을 기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요시다 도고는 또 “천년의 흥망으로 본다면 저 신라가라인이 우리 소제(小弟)로 반도의 독립과 국민의 단결을 건성(建成)하는 것을 기뻐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만약 이에 반해 북방의 육종(부여, 고구려, 옥저 등)이 도리어 신라를 복멸해 도종이 완전히 절멸한다고 가상해보라. 하등의 상서로움도 없다. 동포 소제를 잃는 것에 비할 수 있다”고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