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막바지에 접어든 국정감사에서 평양선언, 고용세습 논란 등을 놓고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24일 국감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등 4개 상임위에서 열렸으나, 여야간 민감한 현안에 대한 공방은 계속됐다.
근로복지공단,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 고용노동부 산하 6개 기관을 상대로 한 환노위 국감에서는 문재인 정부에서 벌어진 채용비리 의혹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공세가 이어진 가운데 여당에선 전임 정부에서 벌어진 채용비리 의혹을 들춰내며 맞불을 놓았다.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은 한국기술자격검정원 직원이었다가 흡수·통합 돼 산업인력공단 정규직으로 고용된 직원 68명 중 6명이 전·현직 임원 친·인척이라는 사실을 공개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전 정부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낸 이기권 전 장관과 관련된 채용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한정애 민주당 의원은 이기권 전 장관 사위가 고용부 산하 기관인 한국기술교육대학 직업능력심사평가원에 경력 없이 경력직에 채용된 후 정규직 전환됐다고 주장했다.
나머지 국감은 기획재정위원회가 인천세관 및 인천항에 대한 현장시찰을 진행했고, 보건복지위원회는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립중앙의료원·한국보건의료연구원·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대한 국감을 실시했다. 국토교통위원회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에스알(SR) 등 8개 기관을 상대로 국감을 진행했다.
국감이 종반전으로 향해가면서 여야의 화력이 식을법하지만, 국감 이후로도 연말까지 계속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한 여야간 쟁탈전이 치열해지면서 막바지 국감도 달아오르고 있다.
민주당은 국민적인 공분을 불러일으킨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에 대한 공론화에 그치지 않고, 후속으로 비리 근절을 위한 대책까지 준비하며 국감 막판까지 여론을 등에 업고 동력을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민주당은 비리 유치원의 개원 설립을 제한하고,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 일명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 3법’을 당론으로 채택해 발의했으며, 앞으로 사립유치원의 공공성을 확보하는데 당력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한국당 등 야당들은 국감에서 고용세습 채용비리 문제에 화력을 쏟고 정부·여당을 겨냥한 공세의 카드로 활용하면서도 각 당의 유불리에 따른 득실을 따지며 셈법에 골몰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을 처음 문제 제기한 한국당은 공공기관 전반으로 확대하는 ‘고용세습·채용비리’ 국정조사를 밀어붙이며 정국의 고삐를 죄기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다. 특히 국정조사 도입에 부정적인 민주당과 달리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한국당의 목소리에도 더욱 힘이 실리는 양상이다.
다만 강원랜드 채용비리와 사법농단까지 국정조사 대상에 포함시키자는 정의당의 제안에 바른미래당이 동참하고 나서 한국당으로서는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를 든든한 우군으로 삼고 있는 정의당 역시 국정조사가 자칫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제동을 거는 걸림돌이 될 수 있어 긴장하는 분위기다.
한국당은 국감 종반부에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비준한 평양공동선언과 남북군사분야합의서를 반격의 카드로 삼고 정부·여당을 향해 연일 날을 세우고 있다.
한국당은 정부의 평양공동선언과 남북군사합의서 비준을 위헌으로 규정하고 조만간 법리 검토를 마치는 대로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포함한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기로 했다. 가처분신청은 다른 야당이 합세하지 않더라도 독자적으로 추진하며, 비준행위에 대한 무효확인소송 검토 가능성에도 여지를 남겼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24일 오후 국회에서 가진 긴급 기자회견에서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사안을 포함한 판문점 선언조차 부실한 꼼수 비용추계로 여전히 비준동의안 국회 계류 중”이라며 “안보적 사안을 포함한 부속합의를 일방적으로 비준하는 건 국회 패싱을 넘어 국민을 우롱하고 무시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더 중요한 건 북한이 헌법상 국가냐 반국가단체냐는 법리보다 평양선언과 군사합의 내용이 재정적 부담을 유발하고 국가안보에 관한 사안이라는 점”이라며 “문재인 정부 들어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는 발언을 수시로 했는데도 (청와대의)’북한은 국가가 아니다’는 발언은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가 한 정부 기조와도 배치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민주당은 정부의 평양공동선언과 남북 군사합의서 비준을 놓고 자유한국당 등 일부 야당이 거세게 반발하는 데 대해 “야당의 ‘강 건너 불구경’ 태도 속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정부를 옹호하고 “한국당 등은 한반도 평화를 바라는 정부·여당의 간절함을 이용해 원내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협상카드’처럼 활용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회에 동의를 요청한 판문점 선언은 마땅히 선행됐어야 할 과정”이라며 “지금이라도 하루 빨리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 비준을 위한 국회 동의 절차에 (한국당 등이) 적극 협조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밖에 최저임금 문제, 일자리 고용지표 악화 등도 여야 간 정쟁의 도구로 활용돼 국감 마지막까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최저임금 적용 시점이 이르다는 지적에 대해 부의 편중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라고 정부를 옹호하는 반면, 한국당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 피해를 내세우며 공세의 수위를 높여나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 들어 악화된 고용지표를 문제 삼아 일자리 정책의 수정을 촉구하며 현 정부의 약점을 계속 파고들 것으로 관측된다.
국감을 닷새 정도 남겨놓고 있는 국회는 다음 주 대부분 상임위가 종합감사를 실시하며 20여 일간의 국감 일정을 마무리하고 11월에 열릴 정기국회 체제로 전환하게 된다.
/최성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