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가 산하 공공기관장 인사청문회를 절반 수준으로 축소하려 하자 의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청문 대상 기관이 너무 많고 제출 서류도 복잡한 데다 도덕성 검증에 초점을 맞춘 신상털기식 청문회로 인해 유능한 전문가들이 지원을 꺼려 한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의회는 “‘반토막 인사청문’은 퇴행적 발상이자 의회 경시로, 오히려 부시장까지 청문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광주시와 시의회는 2015년 2월, 협약을 통해 8개 공공기관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도입에 합의했다. 도시공사, 도시철도공사, 환경공단, 김대중컨벤션센터 등 4대 공기업과 복지재단, 문화재단, 여성재단, 신용보증재단 등 4개 출자출연기관이 청문 대상이다. 여기에 전남도와 공동 개최하는 광주전남연구원까지 합하면 9개 기관이다.
시는 2015년 5차례, 2016년 3차례, 2017년 5차례 등 모두 13차례 인사청문을 실시, 8명을 임명했다. 2명은 지명철회, 또 다른 2명은 자진 사퇴했다. 2015년에 3명, 2017년에 1명이 낙마했다.
시는 인사청문의 순기능을 인정하면서도 대상 기관이 너무 많고 제출서류가 복잡한데 대해 우선 불편해 하고 있다. 17개 광역단체 중 서울·대구·인천·광주·대전·경기·강원·충남·전남·경북·제주 등 11개 시·도가 인사청문회를 시행 중이고, 부산과 경남은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대부분 5∼6개 기관을 대상으로 삼고 있어 광주의 경우 감량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제출 서류도 자기소개서와 직무수행계획서를 비롯해 가족·직업·학력·경력에 관한 사항, 병역, 재산, 세금 납부와 체납 여부, 범죄 경력 등으로 다양해 준비 과정이 만만치 않다는 의견이다.
특히 업무 적격성이나 정책능력보다 도덕적 검증에 치우치면서 신상털기, 사생활 들추기식 청문이 이뤄지다 보니 역량있는 인사나 경험 많은 전문가들이 지원을 망설이거나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고, 이로 인해 2차 3차 공모와 기관장 장기 공백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게 시의 고민거리다.
국회 인사청문회와 달리 지방의회 인사청문은 상위법 규정 없이 자치단체와 의회 간 협약 수준에 그친 데다 공정성 시비를 차단할 만한 상세한 자치법규도 미흡한 실정이다.
이에 시는 예산과 인력 규모가 큰 4대 공사·공단에 대한 인사청문은 존치하되,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나머지 기관은 청문절차 없이 임명토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고 그같은 의견을 의회에 구두 통보했다. 당초 20일 열릴 예정이었던 실무협의도 취소됐고, 시장과 의장 간 협약식도 기약없이 연기됐다.
시의 이같은 방침에 의회는 “황당하고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시의회는 20일과 21일 이틀 연속 의원 회의를 소집, 시의 인사청문 축소 방침에 대해 의견을 나눴으며 격앙된 반응이 지배적이다.
운영위 소속 한 의원은 “디자인센터 등 산하 공공기관장의 일탈과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어 인사검증을 강화해도 모자랄 판에 되레 반토막 내겠다는 건 의회 기능을 축소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며 “퇴행적 발상이고 의회 경시”라고 반발했다.
또 다른 의원은 “수년 간 낙마한 후보가 단 한 명도 없는 시·도가 수두룩한데, 광주는 단체장 눈치보기보다 소신있는 청문으로 필터링 역할을 충실히 해 왔다”며 “오히려 일부 시·도에서 처러 부시장 인사청문제를 도입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한 여성의원은 “병역 면탈이나 논문 표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 전입 등에 대한 엄격한 검증 기준을 마련하거나 상위법과 자치법규 제정, 지방분권을 앞두고 인사청문 강화 등에 머리를 맞대도 모자랄 판에 대폭 축소는 어불성설”이라며 “자칫하면 측근이나 지인들을 위한 진입 장벽 낮추기라는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도 있다”고 애둘러 비판했다.
인사청문을 놓고 집행부와 의회가 이견을 보이면서 당장 다음달 초로 다가온 도시공사 사장 공모절차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명준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