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도시철도 2호선 건설을 둘러싸고 ‘16년 논란’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광주시가 추진하는 시민공론화 방식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용섭 광주시장이 공론화를 통한 결정 방침을 내세운 데 따른 것으로, 시민사회단체가 제안한 시민참여형 숙의조사를 놓고 이견이 노출돼 이 시장의 최종 결정이 주목된다.
이같은 논의와는 별도로, 단체장이 바뀔때마다 되풀이돼 왔던 소모적 논쟁을 접고 행정의 일관성 차원에서 광주도시철도 2호선 건설을 추진해야 한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지역 최대 현안인 광주도시철도 2호선 건설과 관련해 “찬바람이 불기 전까지 시장으로서 결단을 내리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도시철도 2호선은 필요하다. 하지만 재정적자나 안전성, 기술성 문제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만큼 시민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하겠다’는 취지다.
공론화 방식에 대해서는 시민단체의 의견을 존중하되, 다수 시민의 뜻이 가장 잘 반영될 수 있는 방식을 찾아 달라고 관계 부서에 주문했다.
이에 따라 광주시 시민소통기획관실은 시민사회단체와 협의하며 다양한 공론화 방식을 모색하고 있지만 녹록지 않다. 시민단체가 제안한 방식을 놓고 이견이 노출된 것이다.
광주시가 추진하는 저심도 경전철 건설방식에 대해 줄기차게 반대해 온 ‘사람중심 미래교통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은 시민참여형 숙의조사 방식을 제안했다. 지역별·성별·연령별로 시민대표 250명을 선정한 뒤 수개월 동안 학습과 토론 등을 거쳐 최종 결론을 도출하는 방식이다. 신고리원전 5, 6호기 공론화 당시 활용했던 방식으로, 관건은 시민대표를 어떻게 선정하느냐이다.
지역별·연령별 가충치를 부여해 시민대표를 선정하려면 이동통신사로부터 2만명 이상의 안심번호(가상번호)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광주시가 선거관리위원회에 공식 문의한 결과 ‘공직선거법상 선거업무 이외에 안심번호를 제공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회신을 받았다.
광주시는 시민대표 선정 과정에 안심번호를 사용할 수 없다면 대표성과 신뢰성에 문제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또 숙의조사 방식이 최소 5개월여 소요된다는 점도 걸림돌로 보고 있다.
반면에 시민모임은 안심번호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숙의조사를 할 수 있다며 광주시를 거듭 압박하고 있다.
시민모임 관계자는 “광주시가 숙의조사 방식을 수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숙의조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은 결국 (공론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광주시와 시민모임은 안심번호 없이 숙의조사를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협의할 계획이지만 쉽게 합의점을 찾을지는 미지수다.
결국 여름휴가를 마치고 2일 출근하는 이용섭 시장의 손으로 공은 넘겨졌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광주 도시철도 2호선은 지난 2002년 최초 승인·고시된 사업이다. 이후 무려 16년 동안 ‘건설이냐 vs 백지화냐’ 논란을 비롯해 운행노선, 건설방식, 차량형식 등을 놓고 지리한 논쟁을 벌여 현행 저심도 경전철 방식이 확정됐다.
광주시청∼월드컵경기장∼백운광장∼광주역∼첨단∼수완∼시청 구간의 41.9㎞ 순환선을 오는 2025년까지 저심도 경전철 방식으로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기본설계 상 예상 소요 사업비는 2조549억원이다.
이 같은 안은 민선 6기 윤장현 시장 임기 말에 최종 확정돼 올해 연말 이전 착공을 앞둔 상태였다. 당초 2016년 말 착공 시점에서 윤 시장 임기내(6월 말)로 미뤄졌다가 1단계 환경영향평가 문제로 또다시 연말로 연기된 것이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저심도 방식으로 도시철도를 건설할 경우 공사비와 공사기간이 과다하게 소요된다며 줄기차게 재검토를 요구해 왔고 결국 시민공론화까지 이끌어냈다.
그려먼서 염두에 두는 것은 노면전차인 트램(TRAM)과 간선급행버스체계 BRT(Bus Rapid Transit)이며, BRT 쪽에 보다 무게가 실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저심도 경전철은 고가 경전철에 비해 건설비가 적게 들고 진동과 소음도 적다, 이용자들의 접근이 용이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반면에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공사비용과 공사기간, 적자운행 등은 고려대상이다.
‘땅 위의 지하철’로 불리는 BRT는 예산절감과 공사기간 단축 등의 장점이 있지만 도로 교통이라는 한계, 기존 차로 점유문제, 도로가 좁을 경우 BRT를 설치하기 어렵다는 점은 단점으로 꼽히고 있다. 시민공론화를 위한 숙의조사로 갈 경우 이같은 건설방식에 대한 찬반논란이 또다시 되풀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선 5기, 6기 단체장이 바뀔때마다 재검토 방침으로 갔다가, 다시 원점으로 선회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했다.그 과정에서 지역의 분열과 갈등은 극한으로 치달았다.
어렵사리 저심도 경전철 방식으로 합의를 이끌어 착공을 눈앞에 뒀지만 민선 7기 들어 또다시 시민공론화 과정을 거치고 있다.
도시철도 건설사업의 비중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행정의 일관성이나 추진력 면에서 보면 후퇴한 측면도 없지 않다.
광주시를 비롯해 도시철도 2호선 건설에 찬성하는 측은 “오랜 기간 사회적 합의과정을 거쳐 결정된 사안이라면 이제는 과감한 결단과 추진력이 필요할 때다”며 “교통편의와 도시발전 측면을 고려할 때 기존 자동차 중심에서 도시철도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또 도시철도 2호선 건설이 중단될 경우 지금까지 투입된 260억여원의 예산과 메몰미용 등 수백억원이 낭비될 요소가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행정의 일관성 측면에서도 더이상의 소모전은 없어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반면에 시민단체 쪽에서는 3조원대에 달하는 과다한 공사비와 장기 공사기간, 운영적자, 낮은 교통분담률 등을 들어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이용섭 시장이 도시철도 2호선 건설을 둘러싼 분열과 갈등을 털어내고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명준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