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대 광주시의회가 개원과 동시에 파행을 겪고 있다.
23개 의석 중 22석을 싹쓸이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간의 자중지란으로, 첫 임시회가 개회하자마자 정회에 들어갔고, 이례적으로 개원식과 개원기념 다과회까지 취소됐다.
임시의장 정회권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유력 정치인의 외부 입김과 ‘감투 나눠먹기’로 8대 의회가 시작도 하기 전에 ‘누더기 의회’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광주시의회는 9일 오전 10시 8대 의회 첫 임시회인 제270회 임시회 1차 본회의를 소집한 뒤 전반기 의장과 부의장 2명 등 의장단을 선출하고, 상임위원회 위원을 선임할 예정했으나 정례회의는 불과 2∼3분 만에 정회했다.
최다선, 최연장자 자격으로 의장 직무대행을 맡은 반재신(56·북구1·재선) 의원은 정민곤 사무처장의 임시회 소집 보고에 이어 곧바로 의장석에 올랐으나 “민주당 의원총회 소집 요구가 있어 정회를 선언한다”며 의사봉을 세 차례 두드린 뒤 본회의장을 빠져 나갔다.
갑작스런 정회 소동으로 의장과 부의장 선거, 상임위원 선임 모두 올스톱됐고, 파행이 지속되면서 오후로 예정된 개원식과 개원기념 다과회도 모두 취소됐다.
이날 파열음은 의장단 선거에서 파생된, 예고된 파행이었다.
제8대 의회 전반기 의장 선거에는 당초 반 의원을 비롯해 김동찬(북구5), 김용집(남구1) 의원 등 ‘민주당 재선 3인방’이 출사표를 던졌으나, 개원 1시간 전에 반 의원과 김용집 의원이 돌연 동반 사퇴했다.
팽팽하던 지지표가 주말을 계기로 김동찬 의원측에 쏠리면서 역부족이라는 판단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세 후보들 사이에 부의장과 상임위원장을 지역별로 골고루 분배하자는 의견이 오갔고, 이에 대한 입장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파행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의장단 구성을 놓고 민주당 시당위원장과 3선 국회의원 출신 간의 대리전 양상이 노골적으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빚어진 파행이어서 ‘유력 정치인들의 외부 입금에 지방의회가 뒤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의장 후보들 스스로도 “진영 논리나 계보정치와 무관하다”면서도 결국 자리다툼이고, 시기적으로 부적절한 주도권 다툼이라는데는 별 이견이 없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두 편으로 나뉘어 식사도, 회의도 따로 따로 갖는 등 두쪽 난 모습을 보여 빈축을 샀다. 일부에서는 “선거 때는 ‘원팀’을 강조하더니, 개원도 하기 전에 편가르기한 것도 모자라 개원 첫날 ‘식물 의회’로 전락해 볼썽사납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임시의장의 정회권한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현행법 절차상 최다선 최연장자가 임시의장 지위를 부여받은 다음 새 의장이 선출된 직후 권한을 신임 의장에게 넘겨주는 방식이지만 ‘정회나 산회를 할 수 없다’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 일부 의원들의 의원 총회 소집 요구 등이 있을 경우 정회 등을 선언할 수 있는 셈이다.
거꾸로, 정회 중에 새 임시의장을 뽑아 의장을 선출하는 것은 불법이어서 김동찬 의원 지지자들끼리의 일종의 정무적 반란도 쉽지 않는 상황이다.
광주시의회에서는 지난 2006년 7월 임시의장의 정회 선언에 반발, 반대파 의원 10명이 밤늦게 의장선거를 강행, 강박원 의원을 5대 전반기 의장으로 선출한 전례가 있으나 법원 판례상 이같은 상황은 위법으로 판시된 상태다.
대전지법은 지난해 4월 임시의장이 정회를 선포한 상태에서 일부 의원들이 임시의장을 새로 뽑아 의장을 선출한 것을 두고 “지방자치법과 의회 회의 규칙을 위반한 절차상 하자가 있다”며 “의장 선출은 물론 이어진 부의장, 상임위원장 선출도 모두 무효”라고 판결한 바 있다.
민주당 집안 싸움에 야당은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유일한 야당 의원인 정의당 장연주 의원은 “민주당 내홍에 할 말을 잃었다. 매우 당혹스럽고 부끄럽다”고 말했다.
광주시의회는 이날 의장과 제1, 2 부의장을 선출한 데 이어 상임위원장 4명은 13일, 운영위원장은 19일 각각 선출할 예정이었다.
/명준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