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만난 축구인은 좋은 감독의 기준으로 두 가지를 제시했. 선수들의 심리를 자극해 기량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이, 치밀한 전략과 상황에 따른 전술 변화로 경기의 향방을 바꿀 수 있는 이다.
둘 다 갖추면 금상첨화겠지만, 적어도 하나는 반드시 보유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짚었다.
월드컵이 다가오면서 이 축구인이 마지막으로 덧붙인 말이 다시 한 번 뇌리를 스쳤다. “월드컵은 세계 최고의 무대다. 월드컵에서 동기부여를 하지 못하는 선수는 없다. 누가 말하지 않아도 그 부분은 선수들이 알아서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월드컵에 어울리는 감독은 치밀한 전략가다. 철저한 계획과 확실한 전술이 필요하다.”
정확히 열흘 뒤면 2018 러시아월드컵(6월14일)이 막을 올린다.
9회 연속 본선행에 성공한 한국은 스웨덴, 멕시코, 독일 등 만만치 않은 상대들과 F조에서 경쟁한다. 선수단은 러시아 입성을 앞두고 오스트리아에 짐을 풀었다.
러시아와 시차, 기후가 비슷한 오스트리아에서 적응을 마친 뒤 결전지로 향한다는 계획이다.
12시간 비행도 모자라 버스로 5시간을 달려 3일 밤 숙소에 들어온 선수들은 4일부터 본격적인 훈련에 나선다.
선수단은 12일 러시아 베이스캠프인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갈 예정이다. 오스트리아에서 온전히 보장 받은 시간은 8일 뿐이다.
한국의 전력은 아직 불완전하다. 출정식을 겸한 지난 1일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의 평가전에서는 1-3으로 완패했다. 신 감독은 U-20 대표팀 감독 시절 재미를 본 변형 스리백을 들고 나왔지만 선수들은 제자리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선수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한국은 보스니아전에 앞서 이틀 밖에 스리백 훈련을 하지 못했다. 긍정적으로 접근하면 아직 발전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의미다. 4백도 마찬가지다.
신 감독은 출국에 앞서 “오스트리아 도착 후 조직력을 다지고 스웨덴, 멕시코, 독일전을 대비해 하나하나 채우면 더 많은 걸 담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실전에 앞서 잡힌 두 차례 평가전은 전술 완성도를 점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한국은 볼리비아(7일), 세네갈(11일)과 오스트리아에서 격돌한다. 특히 세네갈전은 비공개로 진행돼 전력 노출 우려 없이 확정된 베스트 11을 내세워 맘 놓고 실험할 수 있을 전망이다.
오스트리아 전지훈련의 성격은 분명하다. 정신적으로 잘 무장된 23명을 데리고 아직은 미흡한 전술의 퍼즐을 하나씩 맞추는 것이 신 감독에게 주어진 과제다.
한국 축구계와 신 감독에게 2018년 여름은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 해답은 오스트리아에서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