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폭력 피해자 치료를 위한 국립 트라우마치유센터 조성사업이 100대 국정과제에는 포함됐으나 정작 관련 부처 간의 ‘핑퐁 행정’으로 표류하고 있다.
담당 부처가 명확하게 지정되지 않은데 따른 것으로 300억원에 이르는 사업비는 물론이고 첫 단추인 예비타당성조사 용역비 4억원 확보도 발등의 불이 되고 있다.
9일 광주시에 따르면 시는 광주 서구 화정동 옛 국군광주병원 부지 9만4000㎡에 연면적 1만5000㎡, 지상 2층 규모로 치유·재활시설과 방문자센터, 게스트 하우스, 치유의 숲 등을 갖춘 국립 트라우마치유센터를 조성할 예정이다.
총사업비(잠정)는 대략 300억원으로, 전액 국비 즉, 국가사업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국군광주병원 옛터는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감시 아래 고문 등으로 다친 시민들을 대상으로 치료와 조사가 이뤄졌던 5월의 아픔이 서린 곳으로, 2007년 전남 함평으로 이전한 후 방치돼오다 2014년 11월 소유권이 국방부에서 광주시로 이전됐다.
시는 5·18의 역사성이 있는 병원 본관 등 주요 시설에는 울타리를 쳐 보존하되 국가사업을 통해 트라우마치유센터로 리모델링한다는 계획이다.
일제 치하와 한국전쟁, 군사독재를 거치면서 민간인 학살과 의문사, 고문·실종 등 수많은 국가폭력이 자행됐으나, 피해자의 트라우마 치유를 위한 국가 지원은 전무한 반면 덴마크를 필두로 유럽, 미국, 아프리카 등 세계 각국에서 정부 지원 아래 국가폭력 트라우마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점도 넉넉히 참조됐다.
윤장현 시장도 “5·18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국군광주병원 옛터를 치유와 휴식의 공간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시의 이같은 계획은 결국 새 정부가 중시하는 5·18의 역사적 가치, 문재인 정부의 이념과도 맞아 떨어져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채택됐다.
그러나 사업을 추진할 정부 부처가 명확치 않아 후속조치는 더디기만 한 상황이다.
행정안전부는 ‘과거 정신보건 시범사업으로 트라우마사업이 진행된 만큼 보건복지부가 맡아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보건복지부는 ‘국가폭력 치유는 과거사 지원업무의 연장선인 만큼 행안부가 할 일”이라는 판단이다.
광주시도 “진상 규명과 명예회복, 보상과 배상 등과 함께 과거사 관련 업무인 만큼 행안부가 키를 쥐는 게 낫다”는 입장이지만 행안부 실무부서는 “복지부가 맡아서 처리하는게 맞다”고 손을 털었다.
보훈처도 “법적 사업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발을 뺀 상태다.
이처럼 관련 부처들이 추진 주체를 떠넘기는 사이 마중물인 예비타당성조사 용역비 4억원은 정부 예산에 반영되지 않았고, 부처 간 이견이 지속될 경우 장기 표류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공약 추진에 법적인 힘을 싣기 위한 법률과 시행령 마련도 자연스레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결국 정부는 추진 주체 정하기가 급선무라고 보고 국무조정실 기획총괄정책관실로 해당 사업을 넘겨 행안부 과제로 할 지, 복지부 사업으로 할 지 판가름낼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국가폭력 피해자에 대한 역사적, 사회적 희생 가치를 인정하고, 인간의 존엄성 회복을 위한 국가차원의 노력과 연계업무가 필요하다”며 “첫 사업비는 물론 본예산도 차질없이 반영돼 트라우마 치유를 위한 기반들이 하루 빨리 구축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성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