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역 일부 구청 외벽에 내건 공무원노조의 박근혜 대통령 퇴진 현수막을 놓고 집행부와 노조가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집행부는 ‘정치적 중립 의무’를 이유로 현수막 자진 철거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노조는 “촛불집회에 참석한 구청장과 같은 표현의 자유”라며 맞서고 있다.
6일 광주 서구청과 전국공무원노조 광주지역본부 서구지부에 따르면 노조는 이날 오전 청사 입구 2층 외벽에 ‘박근혜는 퇴진하라’는 내용의 대형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노조는 앞선 5일 퇴근 시간대 내건 현수막을 구청 측이 1시간여만에 강제 철거하자, 이날 다시 플래카드를 설치했다.
집행부는 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플래카드 강제 철거는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집행부에 반대의 뜻을 전달했다.
임우진 서구청장이 최근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에 잇따라 참석한 점을 강조하며 ‘강제 철거’는 이중 잣대라고 지적하고 있다.
임 구청장은 최근 광주 금남로 등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한 관계자는 “‘정치적 중립은 지자체장에게 더욱 요구되는 의무”라며 “더 나은 대한민국을 바라는 국민들의 ‘박근혜 퇴진’ 목소리에 힘을 보탠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광산구도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노조는 지난 4일 광산구청 보건소건물 외벽에 ‘박근혜는 퇴진하라’ 현수막(가로 5m×세로 7m)을 내걸었다.
광산구는 국가공무원법에 명시된 ‘공무원의 정치 중립 의무’와 ‘단체 명의를 사용해 국가정책을 반대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들어 노조에 자진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이날도 노조를 찾아 자진 철거해 줄 것을 요청했으며 감사관실은 법리 검토도 이어갈 계획이다.
전공노 광산구지부장은 “국정을 농단하고 헌법을 유린한 대통령이 국민의 ‘즉각 퇴진’ 명령을 거부하고 있다”며 “국민의 마음을 공유하자는 의견이 모아져 현수막을 내걸었다. 징계를 각오하고 철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수막 게재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라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통령과 정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광산구 관계자는 “공무원 정치 중립 위반과 정치적 표현의 자유의 경계선에 있는 문구라고 판단된다”며 “지속적으로 현수막 철거를 요구하고, 법리 검토를 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앞선 5일 민형배 광산구청장은 자신의 SNS에 ‘공무원노조의 대통령 퇴진 요구 의사 표현은 자유롭게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시비할 생각이 없다. 대통령이 그렇듯 공무원은 국가를 수호하겠다고 선서한 사람들’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광주시와 동구·남구·북구지부도 이날 운영위원회를 갖고 의견을 수렴한 뒤 현수막 설치에 동참할 방침이다.
/박문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