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을 본받아 항상 행복하게 ‘돈 워리 비 해피’(Don’t worry. Be happy)하게 살겠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춥거나 무덥거나 늘 아침마다 밝은 미소로 반겨 주셔서 제겐 큰 감동이었어요.”
시국선언에 이름 석 자를 올렸다는 이유로 정부 훈장 대상에서 탈락한 60대 교장이 퇴임식 당일 제자들로부터 눈물의 손편지를 받아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광주 성덕고 양희옥(62) 교장. 34년 간의 교육 외길을 뒤로 한 채 31일 정든 교단을 떠난 양 교장은 퇴임식장에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선물을 받았다.
1069명의 제자들이 고마움과 존경의 마음을 알알이 담아 엮은 손편지집이 건네졌다.
영어교사 출신인 그의 별명은 ‘해브 어 나이스 데이’(Have a nice day). 장거리 출장이나 휴가를 제외하고는 단 하루로 거르지 않고 교문 앞에서 학생들에게 건넨 말이다.
2014년 9월 부임 이후 2년 간 어김없이 그래왔다. 그러면서 아이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고 하이파이브를 하며 “돈 워리 비 해피”를 외쳤다.
늑장 등교한 학생이 있을 때면 꾸중보다는 “밥을 먹었니?”라고 건강부터 챙겼다.
학업과 경쟁, 입시에 지친 나머지 피곤한 몸에 충혈된 눈으로 등교한 아이들은 교장선생님의 해맑은 인사에 때론 웃음 짓고, 에너지도 얻었다고 한다. 3학년 박모(18)양은 “큰 에너지, 저희가 드렸어야 하는데, 받기만 한 것 같아 죄송하고 감사할 뿐”이라고 썼다.
영어 문제집을 들고 교장실로 찾아오는 학생에게 1대 1 지도는 물론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은 그에게 학생들은 “사랑합니다” “꼭 찾아 뵐께요”라고 외쳤다.
학생들의 편지는 양 교장에게는 더 없는 위로가 됐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국선언에 서명했다는 이유로 훈장 대상에서 배제된지 1주일도 되지 않아 받은 선물이어서 더더욱 그렇다.
양 교장은 본인의 만류에도 불구, 교직원들에 의해 교육 분야 옥조근정훈장 대상자로 추천됐으나 시국선언이 발목 잡아 최종 대상자에서 탈락했다. 형사처벌이나 세금 체납 등 결격사유가 없음에도 배제됐다.
지난 5월 스승의 날 때 같은 학교 교사가 같은 이유로 장관 표창 대상에서 제외된 경험이 있어서 가슴은 더욱 쓰렸다.
‘할 말’이 많을 법도 하지만 양 교장은 말을 아꼈고, 대신 “정성 가득 손편지를 써준 아이들에게 고맙고, 나 때문에 시간을 허비한 것 같아 미안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 한 교사는 “국정교과서를 고집하는 정부는 이에 반대하는 서명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34년 성상의 교사에게 훈장을 취소했지만, 아이들은 교장 선생님의 진심을 알고 더욱 ‘아름다운 훈장’을 달아드렸다”고 말했다
전교조 해직교사 출신인 양 교장은 두암중, 일동중 교감, 시교육청 본청 미래인재교육과 장학관 등을 지냈다.
/정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