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태평양 건너 아메리카 대륙의 서부 최대도시인 로스엔젤레스의 후미진 뒷골목에서는 일년 내내 이른 새벽이면 우리나라 대중가요인 ‘맨발의 청춘’이 울려 퍼진다. “눈물도 한숨도 나홀로 씹어 삼키며 밤거리의 뒷골목을 누비고 다녔다. 거리의 자식이라 욕하지 말라”허름한 옷차림의 무리들이 3-4백 명 씩이나 줄을 이어 로스엔젤레스 뒷골목에 소리 없이 나타나 새벽공기를 가르며 맨발의 청춘을 부르는 이들은 한 손에 도넛과 또 한 손에 따뜻한 물 한 컵을 들고 마시면서 허름한 창고 안으로 한 사람 두 사람 들어서는 순간 이제까지 몸을 건들거리며 부르던 한국의 대중가요는 어느 새 “나 주의 도움 받고자 주 예수님께 빕니다. 그 구원 허락 하시사 날 받으옵소서. 내 모습 이대로 주 받으옵소서. 날 위해 돌아가신 주 날 받으옵소서.”라는 찬송가로 자연스럽게 바뀐다. 이러한 광경은 로스엔젤레스 한인타운 가까운 웨스턴 2가에 있는 노숙자들의 천국인 ‘울타리선교회’와 이들이 출석하고 있는 교회주변에서 이미 20여 년 전부터 흔하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지금으로부터 23년 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엔젤레스 시에서 일어난 4·29 폭동사건은 다민족국가인 미국에서 인종차별로 야기된 충격적인 사건이었고 이 사건의 최대피해자는 바로 우리 교민들이었다. 그 후 거리에서 방황하는 수많은 노숙자들은 말 그대로 어디로 가야 한 끼의 밥을 해결해야 하고 밤이 되면 어디에서 밤이슬을 피할 수 있을 것인가 늘 막막하기만 했다. 세계최고의 부자나라인 미국에도 하늘 높이 솟아오른 고층빌딩의 그늘이 이렇게 심각하게 존재하고 있고 이러한 문제는 그 어떤 방법으로도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서로간의 나눔이 부족하여 일어난 4·29 폭동이었기에 이젠 서로 사랑의 나눔을 통해서 또 다시 이러한 비극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의식이 사회전반에 고조되고 있었지만 현실은 여전히 암담했다. 이 때 45세의 독신 처녀로 미국에 건너가 목사가 되어 활동하던 나주옥 목사는 직장을 잃고 집을 잃고 가족과 떨어져 길 위에서 뒹구는 홈리스들을 품기로 하고 무작정 그들 곁으로 뛰어든 것이다. 나 목사는 먼저 그들에게 잃어버린 희망의 불을 지 피우는 것과 당장 굶주림에 지쳐 쓰러지지 않도록 아침 한 끼의 식사를 챙겨주는 일이 시급했기에 도넛공장으로 달려가 사정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받아 필요한 만큼 얻어다 먹였다. 다행히 날씨라도 좋은 날이면 그런대로 길가의 담벼락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노숙자들이 허기를 면하는데 큰 불편이 없지만 비가 오거나 추운 날이면 더욱 더 그들을 위한 헌신과 봉사의 무게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무겁기만 했다. 주변에 사랑을 외치는 교회는 많지만 어느 곳에서도 노숙자들을 반겨 맞는 교회는 없었다. 그래서 당장 장소가 필요했고 그 누구라도 노숙자들을 위해 교회를 만들어주길 원했지만 그만한 장소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얼마 후 웨스턴 42번가에 창고를 개조하여 꿈에도 그리던 노숙자교회를 만들 수 있었고 이곳에서 노숙자들이 겪는 고통과 그들만의 외로움, 그리고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어려움 등을 상담해주며 그들의 소리를 들어주고 세례식과 결혼식, 그리고 외롭게 죽어가는 그들의 장례식까지 치러주게 되었다. 그러다가 수년전 나주옥 목사는 새벽 잠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300여명의 노숙자들의 아침식사를 준비하기위해 물을 끓이다가 그만 가스폭발로 인해 머리와 얼굴에 큰 화상을 입고 말았다. 이 일이 있고난 지 얼마 안 되어 한국에 있던 여동생 나하나 권사가 어니 나주옥 목사 곁으로 달려갔다. 오늘도 나주옥 목사와 나하나 권사 이 두 자매는 천사와 장미의 도시 로스엔젤레스의 뒷골목에서 일그러진 얼굴이지만 사랑에 넘치는 인자한 미소로 인생의 막장에서 몸부림치는 노숙자들에게 새벽마다 먹을 끼니를 제공하며 주일이면 영혼의 상처까지 싸매주는 일에 눈코 뜰 새 없이 봉사하고 있다, 이 두 코리안 천사자매의 손길과 뜨거운 사랑의 울타리 안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고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거듭나는 숫자가 자꾸만 늘어나고 이 일을 위해 너도나도 자원 봉사하는 또 다른 코리안 천사들은 ‘맨발의 청춘’과 찬송가를 바꿔 부르며 사랑의 횃불을 더욱 환하게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