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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정무 기능 회복해야
이 준 구 주필
작성 : 2015년 07월 06일(월) 17:57 가+가-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사퇴 문제를 둘러싼 여권의 소용돌이는 지난 5월 29일 새벽 국회 본회의장을 메운 여야 의원들이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장면에서 시작됐다.
공무원 연금법과 연계된 국회법 개정안은 이날 의원 211명의 찬성으로 통과 됐다. 이 가운데 여당 의원은 95명이었다. 법안 처리를 앞두고 의원 간에 위헌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자신들이 통과시키려는 법안이 향후 국정에 어떤 여파를 미칠지 진지하게 고민한 여당 의원은 그리 많지 않았다고 본다. 여당 지도부도 중요한 법안을 처리하면서 청와대와 제대로 소통하지 않았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로부터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6월 25일 박근혜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법 개정안을 국회로 돌려 보냈다. “배신의 정치”라는 비난도 딸려 왔다. 여당 의원들은 즉각 의원 총회를 소집해 자신들이 얼마전에 찬성.가열시킨 법안을 폐기하기로 했다. 재의 표결에 참여하지 않기로 당론을 정한 것이다. 잘했다고 여겨진다.
그런데 의총장을 나서는 의원들의 표정에서 면구스러움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한다. 만면에 웃음을 머금은 의원도 있었다는 것이다. 국회법 가결의 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유승민 원내대표는 다음 날 사과했다. 그러나 대상이 대통령이었다. “박 대통령이 국정을 헌신적으로 이끌어 나가려는데 여당이 충분히 뒷받침 해주지 못해 송구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했다.
“박 대통령도 저희에게 마음을 푸시고 마음을 열어주시길 기대한다”고도 했다.
이러저러해서 당.청 관계가 원활하지 못 했지만 앞으로 잘하겠다는 취지였다. “국민에게 송구하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가 앍어 내려간 사과문에는 어디에도 위헌성 논란이 있는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가 되돌린 데 대한 해명은 없었다.
유승민 원내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여권 내분이 잠시 소강상태를 맞고 있다. 청와대와 친박 측은 오는 6일로 잡힌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표결까지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개정안의 국회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을 것 같고, 유 원내대표도 물러나지 않을 것 같다. 한심스럽다.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유 원내대표는 이 문제에 대해 꼭 함구만 하고 있다. 유 원내대표는 1일 각종 당 회의와 국회 일정을 소화하면서 추경 예산을 비롯한 현안도 꼼꼼히 살피고 다녔다. 당내에서는 이날 비박 중진 의원들이 유 원내대표가 물러나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유 원내대표가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물러날 경우 여당이 대통령의 하부 기관 내지는 거수기 신세라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 된다는 논리를 폈다.
우리나라의 대통령제 아래서 대통령이 ‘믿을 수 없는 인물’로 찍은 집권당 원내대표가 계속 직무를 수행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는 친박이 지원한 후보를 누르고 원내대표가 됐다. 박 대통령이 지난 6월 25일 국무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유 원내대표에 대한 불신임 의사를 밝힌 직후 열린 새누리당 의원 총회는 유 원내대표를 사실상 재신임했다. 대통령 입장에선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반전(反轉)이다. 결국 이제는 대통령이 제대로 된 정부 보좌를 받고 있는지를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닥쳤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청와대 정무 기능을 의도적으로 축소했다고 해도 과언이아니다.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외교관 출신을 정무수석으로 앉히거나 정치권에서 경량급으로 평가되는 인물을 기용했다. 지금은 한 달 넘게 정무수석을 아예 공석으로 난겨둔 상태다. 할 만한 사람이 없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박 대통령은 14년 넘게 국회의원을 지냈고, 각족 선거에서 패한 적이 없다. 하지만 대통령이 지금껏 거둔 정치적 성공이 대통령으로서 필요한 정무적 판단의 성공을 보장해주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반대일 가능성이 있다. 정치 9단으로 불렸던 과거 대통령들도 청와대에 들어간 이후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인사(人事)와 정치적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과거의 정치적 성공이 대통령을 자기 과신(過信)과 독선으로 이끌었던 것이다. 박 대통령 역시 이런 오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본다.
실제 박 대통령 취임 후 청와대 정무팀을 둘러싼 논
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에도 똑같은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의 눈과 귀를 밝혀주고, 손발 역할을 해줄 정무 기능을 복원(復元)해야 한다. 그게 궁극적으로 국민을 위한 길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소통을 해야 한다. 소통은 대화 밖에 없다.
박 대통령은 종일 국가를 생각하는 여왕임에는 틀림 없다. ‘인자하고 소통하는 여왕’이기라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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