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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방미 연기 메르스 대응
이 준 구 주필
작성 : 2015년 06월 15일(월) 18:23 가+가-
‘전염병의 문화사’를 쓴 과학 저술가 아노 카렌은 “인간과 미생물에 나타나는 진화의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오늘의 사람과 미생물 사이의 창의력 경주는 용호상방”이라고 했다.
차이점은 무엇인가. 미생물의 창의력은 유전자 안에 놓여 있고, 사람의 창의력은 상상력과 지성에 달려 있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창조 경제’ ‘창의적 교육’을 외치는 것보다 ‘창조행정’ ‘창의적 리더십’을 갖추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박 대통령이 오는 14일로 예정된 미국방문을 무기 연기했다. 청와대는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은 메르스 조기 종식 등 국민 안전을 챙기기 위해 다음주로 예정된 방미 일정을 연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미국 방문에 따라 미일 신밀월 관계가 조성되고, 시진핑 중국 주석의 방미가 예정된 상황에서 이뤄지는 한.미 정상회담의 중요성을 청화대는 강조해왔다.
그런 박 대통령이 출국을 나흘 앞두고 방미 일정을 전격 연기했다. 참잘한 일이라고 본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속에 국민의 안전 문제를 방치하고 해외순방을 떠나는 데 대한 부정적 여론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작년 세월호 참사 발생 한달여 만에 국익 차원을 강조하면서 원전 관련 행사 참석차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출장을 강행하고, 세월호 1주기 때 중남미 4개국 순방에 나섰던 전력을 생각하면 방미 연기는 달라진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이제라도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겠다는 국가 최고지도자로서의 애민(愛民)하는 마음이 반영된 결정으로 보인다. 하지만 분명 정부의 초기 미숙 대응과 연이은 후속 대처 실패가 메르스 실태를 지금 같은 ‘괴물’로 키운 결정적 요인이다. 메르스 사태가 날로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정부는 뒷북 대응으로 허우적거렸다. 정부의 발표는 매번 뒤집어졌다. 메르스 전염력이 낮다는 것도, 자가 격리만으로 관리가 가능하다는 것도, 3차 감염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한것도 결과적으로 거짓말이 됐다. 보건복지부 중앙대책본부가 ‘메르스 감소세’를 장담한 10일에도 확진환자가 13명 발생해 전날보다 증가세가 커졌다. 이러한 행태에서 야기된 ‘정부 불신’이 메르스보다 빠르게 불안 바이러스를 확산시켰다. 불안 심리는 메르스 발병 20일이 지났는데도 컨트롤타워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대통령이 “국가 보건 역량을 총동원하라”(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거나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의 협력이 절실하다” (5일 국립중앙의료원 방문), “경제적 위축이 되지 않도록 협조 바란다” (9일 국무회의)는 등의 원론적인 당부를 하고 있어도 컨트롤타워 혼선이 걷히지 않고 있으니 큰일이다. 박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강력한 컨트롤타워 구축을 지시해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민간이 유기적 대응에 나설 수 있게 해야 한다.
하지만 메르스 바이러스는 건강한 사람들의 면역력엔 못 당한다. 침투했다가도 이내 사그라진다. 불신(不信) 바이러스도 건강한 사회를 이길 수는 없다. 그러나 ‘메르스발(發) 불신’ 앞에서 우리 사회의 면역력은 금세 바닥을 보였다. 작년 세월호 사건으로 호되게 당한 만큼 항체가 생겼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메리스를 예방하는 백신은 아직 없지만 증상에 대한 치료법은 있다.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감염되고도 2주 안에 완치될 수도 있다고 본다. 불신(不信) 바이러스엔 신뢰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수밖에 없다. 첫째, 우리으 자존심을 회복해야 한다. 사스, 신종플루, 에볼라도 물리쳤기 때문이다. 우리가 메르스에 도미노처럼 무너질 수는 없다. 중동에 의료 수출을 하는 우리 한국이 메르스에 무너져서야 되겠는가. 발병 국가는 2위가 됐더라고 치료 국가는 1위가 돼야한다.
둘째, 정부는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솔직한 반성이 믿음 회복의 첫걸이 되는 까닭이다. 정부가 나서 “도와달라”고 호소하고 사력(死力)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면 국민 마음이 돌아서기 시작할 것이다. 셋째, 정부는 전북 순창군을 거울로 삼아 메르스를 잡아야 한다. 순창군 직원들은 메르스 환자가 사는 마을의 주민 한 명 한 명을 하루 두 차례씩 방문해 발열 상태 등을 체크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일을 못하자 공무원들이 생필품을 지원해주고 모내기와 오디 수확까지 떠맡고 있다. 우리 한국이 메르스 때문에 가라앉는다면 너무 서글프다. 그래서는 안 된다. IMF 외환 위기 때 금붙이를 모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런 정신으로 단결해 메르스를 이겨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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