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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법 개정안 위헌이다
이 준 구 주필
작성 : 2015년 06월 08일(월) 18:09 가+가-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법률안에 대해 “정부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해 거부권 행사 뜻을 내비쳤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 비서관 회의에서 “과거 국회에서도 이번 국회법 개정 법률안과 동일한 내용에 대해 위헌 소지가 높다는 이유로 통과 되지 않은 전례가 있다”며 “이번 개정 법률안에 따르면 국정은 결과적으로 마비 상태가 되고 정부는 무기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는 지난달 29일 본회의에서 국회가 모법의 취지에서 벗어난 행정부의 시행령. 시행규칙에 대해 수정. 변경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 법률안을 찬성 211표, 반대 22표, 기권 11표로 통과시켰다.
아무리 여야가 압도적 표차로 통과시켰어도 이 개정안에 대해선 위헌(違憲)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본다. 뒤늦게 위헌 논란으로 정국이 야단법석이다. 여야가 국회법과 헌법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면 이 같은 소란은 야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선 국회법이 무엇인지 헷갈리면 안된다고 본다. 일언으로 국회 내부의 의사 절차와 조직에 관한 자치법이다. 헌법 64조 1항은 내부법인 국회법과 국회규칙의 규율 대상을 의사(議事)와 내부 규율에 한정하고 있다. 따라서 국회법은 국회의 구성원을 규율하는 것일 뿐 국회를 넘어서 다른 헌법기관이나 국민에게 구속력을 행사할 수 없다. 만일 국회법이 구속력을 가진다고 이해한다면, 이는 헌법 64조 1항의 취지를 벗어나는 것이다. 설령 국회법에서 국회에 행정입법에 대한 수정 권한을 부여하더라도 그 규정을 갖고 행정부를 구속할 수는 없다. 어떤 헌법기관도 헌법이 허용하는 이상의 권한을 자신의 내부법으로 스스로 확장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여야기 개정법안이 구속력을 갖도록 의도했다면, 이는 헌법상 권한 배분 질서를 흔드는 것이다. 왜냐하면 첫째, 헌법 75조는 대통령에게 독자적인 행정입법권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법률의 위임을 받거나 법률의 집행에 필요한 경우 대통령을 발동할 수 있도록 헌법상 허용돼 있다.
법률을 집행하려면 법률을 보다 상세히 규정하는 행정입법이 필요한 까닭이다. 현재 1365개의 법률이 있지만 행정입법은 모두 2780개가 있다. 대통령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중안선관위의 규칙도 300여 개 있다.
대통령의 행정입법권은 단순히 국회의 입법권 (헌법 제 40조)에서 파생돼 나온 권한이 아니다. 정부의 집행권에 연유하는 독자적인 권한이다. 대법원. 헌법재판소. 중앙선관위도 헌법상 각자의 고유 권한을 이행하는 데 필요한 규칙제정권을 갖고 있다.
물론 하위법인 행정입법과 규칙들은 상위법인 법률을 위반해서는 안 된다. 그렇지만 법률이 입법 사항을 하위법에 위임해 놓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직접 수정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헌법이 다른 헌법기관에 부여한 고유 권한(행정권. 사법권. 선거관리권)을 간섭하는 셈이다.
뒤집어 생각하면 만일 행정입법에 대한 수정 권한을 인정하는 국회법 개정 법률안이 헌법상 허용되는 것이라면, 국회가 법률에 반하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규칙까지도 직접 수정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는 권력 분립 질서를 훼손하는 행위로 결코 용납될 수 없다.
둘째, 법률에 위반되는 행정입법에 대한 통제권은 법원과 헌법재판소가 나눠 갖고 있다 (헌법 107조 2항). 법률의 위반 여부를 놓고 구체적인 분쟁이 발생했을 때 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양쪽의 주장과 증거 자료에 기초해 위반 여부를 면밀히 판단한다.
하지만 개정 법률안은 국회가 통제권을 직접 행사할 수 있게 함으로써 사법부의 통제 권한을 잠식하는 결과를 낳는다. 나아가 사법부에 의한 통제 절차가 진행되는 중에 국회가 수정 권한을 행사한다면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국회법 개정 내용의 해석을 둘러싸고 국회와 정부가 서로 충돌하는 상황은 결국 권한쟁의 심판을 통해 헌법재판소가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여겨진다. 이는 불필요한 국력 낭비와 정치적 혼란이다. 우리 국회는 하루 속히 위헌 논란을 잠재우는 결자해지(結者解之)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오늘의 국회가 헌법 정신을 존중하는 바람직한 태도를 보여주는 민주의 전당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국민을 위해 일하는 국회로 거듭나기를 학수고대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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