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일, 오늘은 의병의 날이다. 1592년 4월14일(음력)은 임진왜란이 일어난 뒤 1주일 뒤인 4월 22일은 곽재우 선생이 십여 명의 집안 젊은이들부터 규합하여 의병을 일으킨 날이다. 우리나라정부는 이 날을 양력으로 환산하여 6월 1일을 의병의 날로 정해 지켜오고 있다. 6월은 유난히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애국선열들을 기리기위한 행사가 많다. 그래서 6월은 일명 호국보훈의 달이라고 부른다. 의병(義兵)은 문자 그대로 의기로 뭉쳐 스스로 일어난 민병(民兵)을 말한다. 관에 소속된 정규적인 관군이 아니다. 임진왜란 당시 왜구는 조선침략 20일 만에 수고인 한양까지 도달할 만큼 빠른 속도로 장악을 해왔다. 기록에 의하면 ‘왜군 행렬에 무수한 칼들이 반사하는 빛들이 햇빛보다 더 눈이 부셨고 왜군 깃발들이 들판을 메웠다.’고 하니 당시 우리백성들의 공포와 두려움이 어떠했을까 생각만 해도 몸서리처지는 일이다. 당시 조선 관군은 무력하기만 했고 왜군이 침략하자 병사들은 근무지를 버리고 도주했으며 파죽지세로 밀리는 바람에 국가의 운명은 말 그대로 풍전등화였다. 돌이켜 생각해볼 때 국가의 커다란 국난은 예나 지금이나 국록을 먹는 공직자들의 직무유기만 태만의 결과였다. 당시 조정의 신하들은 날만 새면 당파싸움에 골몰했고 임금은 간신배들에게 둘러싸여있어 국사를 제대로 돌 볼 수 없었다. 이러한 현실을 정확하게 간파한 일본이 조선강탈의 좋은 기회로 여기고 대군을 동원하여 삼천리금수강산을 짓밟은 것이다. 주색잡기에 빠져있던 선조는 혼이 나가 백성들을 버리고 명나라까지 도망을 치려했고 겨우 충신들의 권유로 의주까지 도망가다가 멈췄지만 백성을 버려두고 자기만 살겠다고 도망을 치는 왕의 뒤통수를 바라보는 백성들의 분노와 비애는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듯 한 충격이었고 배신감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임진왜란하면 이순신 장군을 떠 올리게 된다. 충무공 이순신은 육군이 아니라 수군이었는데 당시 육지의 관군은 연속해서 왜군에게 대패했지만 관군이 아닌 의병 곽재우 의병장만이 왜군을 격파했었다. “나라가 위급할 땐 목숨을 바친다!”는 견위수명(見危授命)을 걸고 의병들을 모집, 스스로 붉은 주단으로 옷을 지어 홍의장군이라 불렀다. 처음에는 십여 명으로 출발한 초기 의병들은 그의 리더십아래 수천 명으로 늘어났고 그들은 게릴라 유격전술을 펼치며 승승장구 왜군을 무찔렀다. 당시 육지에서 조선의 첫 승리를 안겨주었던 정암진 전투에서는 왜군 2천여 명이 전사하는 전과를 올릴 수 있었다. 그는 조총의 사거리와 구조도 잘 알아 왜군이 집중사격을 퍼 부어도 유유히 백마를 타고 신출귀몰 하는 바람에 왜군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였고 하늘이 내린 사람이라고 소문이 돌아 <천강홍의장군>으로 불러졌다. 전쟁이 끝나자 곽재우 의병장은 왜군을 무찌른 공을 인정받아 조정에서 관직을 받았으나 곧 사직하였고 그 뒤에도 수십 차례 높은 관직이 하사되었지만 모두 사양한 채 평민으로서 살아간 의인이기도 했다. 이러한 의병정신의 원천은 부모와 군주를 하늘처럼 섬기는 충효사상에서 온 것이었다. 당시 유교를 신봉하던 우리 민족은 수준 높은 정신문화로 무장되어 있었고 적이 침입했을 때 목숨 걸고 싸우는 것이 가정을 지키고 나라를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어느 누구가 시켜서도 아니고 어떤 대가를 바라서가 아니라 스스로 일어난 의병들은 죽음을 불사하고도 국가에게 어떤 책임이나 보상조차 바라지도 요구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이러한 문화나 정신은 그 강도나 농도에 있어서 존재자체를 의심케 하고 있다. 국토는 절반으로 토막난지 수십 년이 흘렀고 서로는 이념의 대립으로 으르렁대면서 당장이라도 무슨 난리가 일어날 것만 같은 분위기이다. 홍의장군 곽재우 의병장이 지하에서 지금 우리의 현실을 본다면 뭐라고 말씀 하실지 생각해 볼 일이다. 국가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스스로 분연히 일어나 목숨 다 해 대업을 이루고도 벼슬조차 마다한 선열들이 지금의 대한민국의 기초가 되어주었다. 이와는 정 반대로 입으로는 애국 애족을 외치지만 머릿속에 든 생각과 행동으로는 국민을 힘들게 하고 나라를 병들게 하는 정치인들이나 자칭 애국자들이 우리주변에 득실거리고 있어 더욱 옛 선열들이 그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