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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교과서 한자 병기해야
이 준 구 주필
작성 : 2015년 05월 18일(월) 17:58 가+가-
작년 9월 교육부는 2015 개정 교육 과정의 주요 사항을 발표하면서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금년 9월 교육과정 고시를 앞두고 한자 교육에 대한 해묵은 논쟁이 재연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자 병기를 찬성하는 쪽에서는 교과서 용어 대부분이 한자어이기 때문에 그 말뜻을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 한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자 병기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용어의 뜻은 글자가 아닌 상황과 문맥을 통해 알 수 있기 때문에 한자로 표기해야만 뜻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한자어는 한자를 모르면 말뜻을 알 수 없다. 따라서 한자어는 한자로 익혀야 한다. 영어를 알파벳으로 쓰지 않고 한글로 쓰는 것과 같다. 영어를 한글로 써서 가르치면 알 수 있을까. 생각해 볼 일이다.
최근에 모 대학에서 어떤 학생이 ‘금일(今日)’을 금요일의 축약어라고 생각해서 일어어난 해프닝(happening)을 들었다. 금일을 이해하지 못한 대학생의 한자 실력이 문제였다. 하지만 적외선에 대응되는 ‘넘빨강살’과 같이 무리하게 한글화한 어색한 용어도 있어 한글 전용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 병기는 반드시 해야 한다. 각 교과의 지식을 함축해 담아낸 용어는 학습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 되기 때문이다. 학습은 용어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하고 배운 지식을 머릿속에 정리하는 것 역시 용어를 매개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우리는 교육을 함에 있어 무엇보다 용어의 중요성을 알아야 한다. 우리 국어 어휘에서 한자어는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국립국어원이 2010년 발간한(순자로 살펴보는 우리 말)을 보면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린 표제어 약 51만개 가운데 한자어가 58.5%다 고유어는 25.5%로 한자어의 절반 이하다
이는 한글만으로 한국어를 온전히 표기할 수 없다는 주장의 근거인 것이다. 이를테면 서울에 있는 북한산(北韓山)은 ‘한강(漢江) 북쪽에 있는 산’이라는 뜻이지만, 한글로만 표기하면 자칫 ‘북한(北韓)의 산’으로 오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초등교과서 한자 병기나 국한자 혼용을 찬성한다. 한자 없이는 우리 말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등학교 교사들은 “한자 병기나 한자 혼용은 일본 식민지 교육으로 길든 일본식 말글살이”라고 주장해 국한자 혼용을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국한자 혼용은 세종대와께서 글을 적은 방식이다.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을 만든 후 처음으로 지은 <용비어천가> (龍飛御天歌)는 “海東六龍이 나라사 일마다 天福이시니 古聖이 同符하시니”로 시작된다.
세종대왕께서는 한자어는 한자로, 토박이말은 훈민정음으로 구별해 적었다. 이것이 국한자 혼용이다. 또한 세종대왕께서 아들 수양대군을 시켜 지은 <석보상절>이 있다. 역시 한자어에 대해 한자와 훈민정음을 함께 적어 표기했다. 이것은 국한자 병용이다. 이처럼 국한자 혼용과 한자 병기는 바로 세종대왕께서 시작한 표기 방식이다. 우리는 세종대왕껫 훈민정음을 만든 본뜻을 올바르게 알아야 한다. 세종대왕께서 한자를 몰아내려고 훈민정음을 만든 것이 아니다. 한자어는 기존에 써오던 대로 한자로 적고, 다만 적을 글자가 없었던 토박이말을 적기 위해 훈민정음을 만든 것이다. 그 전통은 조선왕조 500년은 물론 광복 후 1980년대까지 오랫동안 지켜져 내려왔다. 그 이유는 한자어는 한자로 적어야 그 의미를 정확히 알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5년에 만든 ‘국어기본법’은 한글만 우리 글자라 규정하고 한자는 외국 글자로 취급했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 국민은 한자를 멀리하고 한글전용에 멎게 된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국한자 혼용을 해야 할 이유는 또 하나 있다. 우리 한자어 속에 우리 문화의 가장 중요한 ‘충요(忠孝)사상’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한자 교육을 잘 해야 한다. 한자에 윤리 도덕적인 것이 내재돼 있는 이유에서다. 그러므로 한자를 가르치는 게 ‘사람다운 사람’을 만드는 길이라고 여겨진다. 지금은 윤리 강상이 무너지고 도덕이 땅에 떨어져 부모가 자식을 죽이고, 자식이 부모를 시해하는 세상이 됐다. 홍익대 박경미 교수는 “우리나라 10대들의 어휘를 풍부하게 만드는 방법중 하나는 확장성을 가진 한자를 초등 교과서에 병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수다운 옳은 말이다. 우리가 한자를 모르면 우리 문화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종대왕께서는 ‘한자어는 한자로, 토막이말은 훈민정음으로 적는다’는 국한자 혼용의 원칙을 세웠고, 대한제국의 고종황제도 국한문 혼용의 칙령을 선포했다. 우리는 지금이라도 잘못된 한글전용을 철폐하고 21세기 동북아 한자문화권 시대에 걸맞게 국한자 혼용을 시작해야 한다. 개념어에 대한 정확한 이해없이 학문을 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은 우리의 전통을 되찾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국한자 혼용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국수주의에 빠져서는 안되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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