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처럼 다이나믹한 나라를 세계 어디에서 또 찾을 수 있을까. 크고 작은 사건을 대하는 태도가 그렇다. 하나의 이슈는 확대해석 되거나 과잉대처 하므로 소시민들은 고개를 갸우뚱, 판단의 기회가 모호하여 지기 일 수다. 들끓는 여론, 언론이 제기하면 국회가 뒤쫓아 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결론적으로 여론몰이에 민감하다. 여론에 발목이 잡히면 가히 살아남지 못하는 것이 한국 사회다. 작가도 마찬가지다. 친일 작가는 어디에서도 발붙이기 힘들다. 군사정권에 참여한 작가들도 예외가 아니다. 순창이 낳은 권일송 시인은 전두환 정부 시절, 민정당 사가를 만들었다가 매도를 당한경우다. 전라도 시인으로서 광주사태의 원흉인 전두환 정권의 협조자라고 공격당한다.
예외도 있다. 천하가 다 알고 있는 미당 서정주 시인.
미당이 친일을 했다는 것은 시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알고 있다. 그러나 미당의 조명은 계속 되고 있다. 올해가 미당의 100주년을 맞는 해다. 기념행사가 이곳 저곳에서 이루어진다. 모두가 제자들의 결과물이다. 친일과 군사정권에 협조자라도 제자를 잘 둔 작가라면 재평가는 계속되는 현실이다. 고창 질마재에 가면 미당의 생가 가있다. 기념전시관에 들어서면 친일 행적인 시들을 입구에서부터 볼 수 있다. 정면도전방법으로 미당 구하기라는 것을 짐작케 한다. 요즘 국회청문에 임하는 장관들이 위장 전입이나 다운계약서를 지적 받는다. 정면대응으로 고개 숙여 잘못을 인정, 용서를 구하는 것과 같은 전략이다. 미당의 제자들은 한국의 문단에 큰 별로 자리하거나 그가 생전에 강의하던 동국대에서 후학을 가르치고 있다.
미당의 친일 아픔을 덮기보다는 맞섬으로 치유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달 그가 평소에 강단에 서던 동국대에서는 미당의 시낭송과 시어(詩語)에 대한 조명이 활발하게 펼쳐졌다. 모두가 제자들의 덕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친일 작가나 군사정권에 협조한 작가들은 대학 강단에 서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 그들을 보호하여 주는 우산은 없다. 미당의 시와 산문을 엮은 스무권의 전집완결판도 금년에 나온다. 5월쯤에 대 전집 가운 데 다섯권이 먼저 나온다. 미당의 시어는 많은 작가들에 의하여 연구되거나 토론을 일삼는다. 시를 처음 발표한 예술원보에선(1967년)에선 '상기'가 아닌 '아직'으로 표기 했었다. 1년 뒤 간행된 '동천'시집에서는 '오히려'로 고쳐졌고, 1972년에 낸 서정주 문학선집에서는 '시방'으로 바뀌었다. 모두가 미당이 고친 것으로 전해진다. 천하의 미당도 시어가 마음에 들지 않아 몇 번씩 고친 것을 볼 수 있다. 미당의 전집을 펴낸 민음사에서 '동천'의 시집을 표본으로 시어를 정리 하였다. 어찌 보면 강의를 들었던 제자들이 현존하기에 미당의 시어는 정리되고 후학들에게 폭넓은 학문적 지지를 받기에 이른다. 이도 복이다. 제자가 없는 시인은 아무리 좋은 작품을 남겼으나 친일이니, 군사정권의 숙주니 하는 매도로 사장되어가고 있다. 언제쯤 이러한 이념의 사슬이나 일제하에 저질러진 작가의 모순이 정리될지 묘연하다. 분명 우리 문단이 해결하여야 할 과제다. 박정희 대통령이 유신의 망령에서 벗어나 조명을 받듯이 작가들도 친일은 친일이요, 작품성은 작품성대로 평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 학문적 역사태도가 아닌가 싶다.
민주화가 들불처럼 번질 때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금 같은 조명은 상상도 못하였다. 딸인 박근혜 대통령이 아버지에 이어서 통치권자에 이름으로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공이 크고 과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또한 시간이 흐르면서 국민의 정서는 변했고 역사를 보는 태도가 달라지고 있다. 친일작가도 언젠가는 역사의 싸늘한 시선에서 재 평가 받을 날이 분명 있을 것이다.
일제36년이 한국의 작가들에게는 친일이라는 굴레가 만들어 졌다. 누구도 쉽게 손가락질 할 수없는 역사적 배경이 분명 존재한다. 일제가 저지른 만행을 우리 국민은 쉽사리 용서할 수 없다는 데에 숙제가 크다. 형평에 맞는 역사적 정돈이 필요한 시점이 왔다. 형평에 맞는 것이 진실이고 정의다. 역사를 공부하는 미래의 젊은이에게도 명쾌한 답변이 된다. 이념으로 서로가 손가락질 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역사를 보는 성숙한 태도가 필요한 시간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