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로 예정됐던 남북고위급회담이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지난 아시안게임 막바지 북한의 고위급인사들의 예정에 없던 방한으로 그동안 급랭했던 남북관계에 대화의 숨통이 트이는 듯 했으나 남북화해협력의 기대는 또다시 무너지고 말았다.
남측이 10월30일로 고위급회담을 제의했으나 북한은 자유북한운동연합, 대북전단보내기국민연합 등 이른바 보수단체들의 대북 비난 전단 살포 중지를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끝내 회담을 무산시키고 말았다.
역대 정부 들어 박근혜 정부만큼 외교에 총력을 기울이는 정부도 없었다. 그러나 정작 한민족이요 한 핏줄인 북한과 가장 가까운 이웃인 일본과의 외교적 갈등은 이미 도를 넘고 있다는 생각이다. 특히 북한을 비난하는 보수단체들의 전단 살포를 빌미로 무산된 이번 남북고위급접촉회담은 아쉬움을 넘어 정부의 행태에 울분을 금할 수 없다.
전쟁행위요 선전포고라고까지 표현하며 대북전단 살포를 막아줄 것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나선 북한에 대해 과연 대화의 상대로 여겨 그 회담의 절실함이 국민적 요구임을 알았다면 보수단체들의 도를 넘는 불장난을 “표현의 자유, 법적근거 없이 민간단체의 활동을 통제할 수 없다.”는 등 구차한 변명으로 적극 제지하지 않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세월호사건 진상 촉구 유가족들에게 행한 보수단체들의 어이없는 비인륜적행위에 이어 ‘서북청년단 재건위’ 사태까지 급기야는 남국고위급회담 무산의 빌미 제공까지 더 이상 보수단체들의 정부 힘을 의지한듯한 인상을 주는 사안들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
또한 유독 보수단체가 주도하는 대북전단 살포에만 ‘표현의 자유’를 외치는 정부의 미온적 대처는 국민들의 공감을 얻기 어려울 것이다.
대북전단문제가 이슈화 된 지난달 초부터 정부는 막을 수 없다고만 일관하다가 피해가 예상될 때엔 상당한 조치를 취할것이라는 모호한 입장에 대해 국회의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확한 뜻을 알 수 없다” “무책임하다”고 비판한바 있다.
통일부당국자는 남북관계에 이토록 중요한 사안임에도 “민간단체의 자율적인 대북전단 살포를 제한할 법적근거와 관련규정이 없다”는 말만을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에 견주어볼 때 최근 들어 정부가 이른바 보수단체들의 극단적 행위에 대해 지나치다 싶을 만큼 나서서 보호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한 예로써 1년 6개월 전인 지난해 4월13일 경찰은 김포에서 전단을 실은 차량을 경찰차량으로 에워싸는 등의 방법으로 사전 차단한 바 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 10월에는 보수단체가 임진각 전단 살포를 예고하자 임진각에서 4km가량 떨어진 자유로 당동나들목을 완전 봉쇄하는 방법으로 사전 차단 한 바도 있다.
그러나 최근 삐라 살포 강행과 저지충돌을 두고 ‘임진각에는 정부가 없었다’는 말까지 등장한다.
파주의 한 농민은 “농사꾼이 농사를 못 짓고 여기서 전단 살포방지를 위해 길이나 막고 있어야 하나, 경찰이 지켜줘야지, 이게 무슨 나라야” 라는 비판을 했고 이에 맞서 한 보수단체 대표는 전단 살포가 주민들에 의해 저지되자 “그들은 민주와 진보가 아니라 폭력을 자처하는 종북세력” 이라고 반발했다 한다.
이뿐 아니라 보수단체 회원들이 보인 막무가내 언행은 경악할 수준이라니 이대로는 안된다는 여론이다.
전단 살포를 저지하는 지역 주민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을 향해 “종북 노비들의 난동”이라고 비방하고 “농번기인데 대북전단 때문에 일도 못 한다” 항의하는 농민을 향해 “굶어죽어‘라 응수했다니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들이 앞으로도 이런 위험천만한 불장난을 계속할 태세인데도 정부는 이들을 향해서만은 수수방관 두 손을 놓고 있다는 점이다. 전단 살포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누리려는 자유를 과연 표현의 자유로 넘겨야 할 것인가 남북 총성까지 유발하는 자유, 생존권을 위협하는 자유, 전쟁의 위험을 부추기는 자유까지 표현의 자유를 들먹이며 방관해서는 안될 것이다.
전남대 법학건물대학원 김하중 교수는 한 언론의 칼럼에서 ‘대북 전단 살포는 통일부장관 승인사항’ 이라며 당국의 승인 없이 북한으로 물품 등을 반출하는 행위는 법적으로 금지된 위법이라 했다.
북한으로 일정한 물품을 반출하려면 통일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한다 라고 남북교류협력법 제 13조와 제 14조에 엄연히 명시되었다는 것이다.
이를 보면 대북전단은 승인대상 품목 중 광고물내지 인쇄물에 속하므로 대북전단을 풍선에 달아 북한으로 반출하려면 미리 통일부장관의 승인을 받음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법적으로 규제할 수 없다’ ‘표현의 자유다’라는 것이 변명에 불과하고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임을 분명케하는 대목이다. 농산물가격 파동으로 생존을 위협받는 농민들이나 농민단체가 중앙부처에 항의하려하면 도로부터 차단하여 집회를 방해 무산시키기가 일쑤인 정부가 왜 보수단체라 하면 그토록 관대한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어려운 법리 문제를 들추지 않더라도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방치하는 정부의 태도는 백번 잘못된 것임이 분명하다.
정부가 정책편의에 따라 법률을 자의적으로 한편에만 유리하게 해석 운영한다면 진정한 법치국가라 할 수 없을 것이다.
김 요 한 시인·목사